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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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이 너무 올라서, 매번 메뉴 고를 때마다 가격 재기 바빠요. 서민 음식이라는 콩나물 국밥이 1만2000원인 걸요. 라면 한 그릇으로 해결하는 날이 느는 것 같아요." (여의도 직장인 A씨)

라면주가 최근 증권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고물가로 인해 점심값 부담이 커진 상황을 일컫는 '런치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나온 가운데, 다른 음식들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면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라면 가격도 올랐다지만, 여전히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내 라면 업계 1위인 농심의 주가는 전일보다 1만3500원(3.86%) 오른 36만3000원에 장을 끝냈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밥값에 민감해진 가운데, 라면의 소비가 늘 것이라는 증권가 보고서가 나온 영향이다.

앞서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라면은 식사인가, 간식인가'라는 제목의 농심 분석 보고서를 내고 "최근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소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며 "비교적 가격대가 부담스럽지 않은 라면에 대한 판매량 성장 기대감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선 2년간 두 차례나 가격을 인상했음도 불구하고, 외식이나 간편식 등 대체재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농심은 오랜기간 구축해온 브랜드 파워가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 큰 강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조 연구원은 호평과 함께 농심의 목표가를 기존 39만원에서 45만원으로 15% 넘게 올렸다. 같은 날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농심에 대해 "국내외 모두 매출 증가 흐름이 양호하다"며 종전보다 4만원 올린 43만원을 목표가로 제시했다.

지난 17일의 주가 오름폭은 식료품주인 농심에 흔치 않은 경우다. 하지만 일부 보고서들 덕에 일회적으로 올랐다고 볼 수만도 없다. 농심의 주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농심은 작년 6월 저점(26만2500원) 대비 38% 넘게 뛴 상태다. 런치플레이션 속 라면의 가격 경쟁력을 시장에선 이미 반영해온 것이다.

라면 업계 다른 선두업체인 삼양식품의 주가 흐름도 안정적이다. 현재 삼양식품의 주가는 11만3500원으로, 작년 5월 저점(8만5600원) 대비 33%가량 올랐다. 이른바 'K-매운 맛'을 대표하는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삼양식품은 '불닭'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채널·제품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라면주를 주시하는 또 다른 배경은 견조한 글로벌 수요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전체 라면 수출금액은 7억6500만달러(약 1조원)로 전년 대비 14.4% 상승했다. 농심과 삼양식품의 수출을 포함한 합산 해외 매출액은 작년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36% 오른 수치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성비와 맛을 챙겨서인지 라면은 그 자체로 해외 소비자의 수요가 늘고 있다. 우리 라면업체뿐 아니라 일본 라면업체 실적도 서구권인 미주지역 중심으로 성장 중"이라며 "가파른 물가 상승 속에서 라면이 간편한 식사 대용식으로 부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도 "북미 법인에선 가성비 매력과 아시안푸드 선호 확대 움직임, 블루컬러(생산직) 고용 호조 등에 따른 수혜를 누리면서, 라면업체들이 강한 외형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특히 라면의 핵심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의 가격이 다른 원재료 대비 빠르게 안정화되면서,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