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매파적 행보에 금값이 하락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연 6%에 다다를 것이란 예상이 확산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띈 여파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4월물)의 온스당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9%(34.60달러) 하락한 18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4일 이후 가격이 가장 낮았다. 8일 오후 7시46분 기준 가격은 1819.10달러를 기록하며 1820달러선을 무너뜨렸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의 금 선물 가격 추이. 자료=마켓워치
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의 금 선물 가격 추이. 자료=마켓워치
금값 하락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파월 의장은 7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더 강력하게 나왔다”며 “이는 궁극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전체가 더 빠른 긴축이 보장된다는 것을 나타낸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 이후 페드워치는 오는 22일 Fed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50bp(1bp=0.01%포인트) 인상될 확률을 73.5%로 제시했다. 일주일 전 수치인 30%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기준금리 최종 인상치가 6%에 달할 것이란 의견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릭 리더 블랙록 채권 책임자는 미 기준금리 최종 인상치를 6%로 내다봤다. 8일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기준금리가 5.75~6%를 예상하는 경제학자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Fed의 고강도 긴축이 예고되면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8일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09% 오른 105.71을 기록했다. 지난달 1일 101.22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뒤 상승세다. 달러가 강세를 띄면 상품 투자자들의 지출 부담이 커지고 달러 투자 유인이 늘면서 금값은 약세를 띄는 경우가 많다.

중국이 금 보유고를 늘리는 추세라는 점은 금값을 하락을 상쇄하는 요인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2년 4개월간 금 보유고를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터키도 최근 금 보유량을 늘렸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올해 거시경제 요인과 수요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겠지만 금은 지난해보다는 수익률 변화에 더 민감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앙은행의 금 구매가 둔화되더라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로 귀금속·기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