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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심정지 예측 제품 ‘딥카스’로 적자행진 끝낼 가능성
성장 속도 좌우할 신뢰 확보 여부가 관건
이예하 뷰노 대표. /사진=한경DB
이예하 뷰노 대표. /사진=한경DB
주식 투자는 의사의 의료행위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본업이 의사인 슈퍼개미가 오래 전 내놓은 비유입니다. 단순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라는 사실만으로 저평가됐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처럼, 의사들 역시 1~2개의 생체지표가 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준에 부합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질병을 확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중증질환의 경우 확인해야 할 생체지표가 수십 가지에 이른다더군요. 각 지표에 영향을 주는 신체 상태의 상호작용까지 분석한 끝에 진단과 처방이 이뤄진답니다. 그래서 엄청난 양의 공부에 더해 임상(의료 현장) 경험까지 쌓은 뒤에야 의사가 될 수 있나 봅니다.

의사가 되는 게 이렇게 어려운데, 얼마 전 미국의 연구재단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미국의 의사 면허 시험을 무난하게 통과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한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미 의료현장에서는 AI가 활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할 뷰노가 의사의 진단을 돕는 AI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마켓PRO] 챗GPT 테마 올라탄 의료AI 기업 뷰노…올해 적자 탈출할까
챗GPT의 인기몰이에 주식시장에서 AI 관련 기업들의 차례대로 주가가 들썩이면서 뷰노를 비롯한 의료AI 기업들에도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6240원으로 작년 거래를 마친 뷰노는 올해 초부터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해 1월 한 달 동안 53.85%가 상승했습니다. 2월 들어서는 챗GPT 테마에 뒤늦게 합류해 1월 종가인 9600원에서 67.19%가 더 치솟았고요. 이 같은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이달 들어서는 2거래일동안 6.54% 하락해 1만5000원에 지난 3일 거래를 마쳤습니다.

챗GPT 테마를 타고 급등한 뷰노의 주가가 대다수 테마주와 마찬가지로 사그라들지, 아니면 급등한 주가에 걸맞는 성장성을 보여줄지가 가장 궁금할 겁니다. 신이 아닌 이상 개별 종목의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맞추는 건 불가능하죠. 이번엔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두 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마켓PRO] 챗GPT 테마 올라탄 의료AI 기업 뷰노…올해 적자 탈출할까

심정지 예측 제품으로 흑자 기반 마련 기대↑

우선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편익을 따져보겠습니다. 현재 뷰노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제품은 심정지를 예측할 수 있는 ‘딥카스(DeepCARS)’입니다. 병동 입원환자의 혈압, 맥박수, 호흡수, 체온 등 네 가지 활력징후를 기반으로 AI가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점수로 표시해주는 소프트웨어죠.

의학드라마에서는 심정지 발생 환자가 살아나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실제론 75%가량이 사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심정지를 일으키는 환자의 약 80%에서 전조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요. 심정지로 인한 사망을 상당 부분 줄일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의료진이 24시간 환자를 지켜보면 좋겠지만, 대부분 국가의 의료현장에선 의료진이 부족합니다. 이전에도 심정지 전조증상이 나타났을 때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장비 도입이 추진됐지만, 잘못된 경보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고요.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한 딥카스의 우수한 심정지 예측 성능을 평가한 논문은 미국심장협회지(JAHA), 세계중환자의학회지(CCM) 등에 등재됐습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가장 기대되는 뷰노의 제품으로 딥카스를 꼽았습니다. 그는 “작년 8월 론칭된 딥카스는 현재까지 모두 12개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는 40여개 병원으로 확대될 예정으로, 전체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딥카스의 성장으로 뷰노가 흑자전환할지가 주목됩니다. 허혜민 연구원은 “올해 뷰노의 매출은 딥카스의 성장 속도에 비례해 작년 대비 약 2~3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자고리를 끊어낼 수익 창출 구조가 형성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사진=뷰노
사진=뷰노

한 치 실수도 용납 안 되는 의료 분야서 신뢰 확보할까

딥카스 외에도 뷰노는 영상진단을 보조하는 제품 8종과 병리 보조 제품 1종 등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재 의료AI 시장에서 엑스레이, 초음파영상, 컴퓨터단층영상(CT), 자기공명영상(MRI)의 판독을 돕는 영상진단 보조 분야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의료영상이라고 하면 장기나 뼈가 나타나 있는 흑백사진이 생각나겠지만, 이미 뷰노가 창업한 2014년께에 출시된 의료영상촬영장비에도 병변일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색깔로 표시해주는 기능이 탑재돼 있었습니다.

상용화된 장비에 기능이 탑재된지 10년여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분야로 남아 있는 이유는 기계(AI)에 대한 신뢰 확보 여부일 겁니다. 결국 의료 분야에서 AI의 활용이 보편화되겠지만, 주식시장이 기대하는 것만큼 빠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AI의 오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 의사 면허 시험도 통과하는 챗GPT지만,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 오류를 범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오잖아요. 챗GPT의 오류는 웃어 넘겼지만, 환자에 대한 진단은 그럴 수 없죠. 잘못하면 사람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확산의 걸림돌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소재를 어떻게 따질지에 대한 규범을 꼽는 것처럼요.

실제 AI 기능이 탑재된 의료영상촬영장비를 만드는 회사들은 해당 기능을 내세우는 영업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입니다. 의료기기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의료영상촬영장비 제조업체 영업사원은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진단을 내리는 건 인간 의사”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하더라고요.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의사들의 ‘밥그릇’ 문제도 얽혔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의료영상을 판독하는 분야는 영상진단의학과라는 진료과가 따로 마련돼 있는, 하나의 시장이기도 하죠.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