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21일 오후 3시49분

지난해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기업들이 연초 재도전에 나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공모주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의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 열풍에 올라타면서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기업공개(IPO) 위주로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덩치만 작으면 따상?…중소형 IPO '과열주의보'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자람테크놀로지는 22일부터 이틀 동안 코스닥 상장을 위한 일반 청약을 시행한다.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1702 대 1의 경쟁률을 확보했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제조 기업인 자람테크놀로지는 이번이 세 번째 상장 도전이다. 작년 10월과 12월에도 상장을 추진했지만 기관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철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관의 수요가 몰리면서 최종 공모가가 희망 가격 범위(1만6000~2만원)의 최상단을 넘는 주당 2만2000원에 결정됐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364억원이다. 작년 10월 첫 상장 도전 당시 제시했던 기업가치 하단(1287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근 공모주 열풍이 몸값 하향 조정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 업체인 제이오와 임상시험 수탁업체 바이오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했지만 올해는 넉넉한 수요를 확보했다. 제이오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353 대 1, 바이오인프라는 1595 대 1로 집계됐다. 일반청약에서도 제이오는 9300억원, 바이오인프라는 1조7700억원 규모의 청약 증거금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제이오는 지난 16일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바이오인프라는 다음달 2일 주권 거래를 시작한다.

제이오의 경우 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이 6800억원 수준에 형성됐다. 작년 공모 추진 당시 시가총액 4999억~5999억원을 제시했던 곳이다. 올해 재도전에 나서면서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를 작년보다 약 30% 낮은 4077억원으로 책정했는데, 오히려 작년 말 고평가라고 외면받던 때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 시장의 재수생, 삼수생 기업들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건 공모구조를 시장 친화적으로 바꾼 이유도 있지만, 연초 잇단 따상으로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미래반도체오브젠, 삼기EV, 스튜디오미르, 꿈비, 샌즈랩, 이노진 등이 연달아 따상 행진을 이어갔다. 컬리, 골프존카운티,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오아시스 등 대형 IPO가 줄줄이 무산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 흑자 여부나 업종, 성장성 등을 가리지 않고 투자금이 밀려들고 있다”며 “중소형 공모주가 하나의 테마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가격 결정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소형 IPO 기업 위주로 시장이 과열되면 대형 IPO가 재개될 타이밍은 더 늦춰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2021년처럼 대형 IPO 기업에 대한 기대가 함께 커져야 공모주 시장이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