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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 본부장


[마켓PRO]장기채 ETF 요즘 뜬다는데…'이건' 알고 투자하자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2022년의 히트 상품이었다. 금리의 고공행진은 채권가격의 급락으로 이어졌고, 역설적으로 채권의 투자 메리트를 부각시켰다. 여기에 만기매칭형 채권 ETF처럼 채권투자의 난이도를 낮춘 새로운 유형의 ETF가 등장하면서 채권 ETF의 인기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은행채를 기초로 한 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순자산가치는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채권시장이 달라졌다.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 인상은 게속되었으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면서 시장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 부근을 기록하면서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지난해 채권 혹은 채권 ETF에 투자했다면 상당한 수익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이유는 간단한데 기준금리 인상의 종료와 경기 침체 리스크의 추가 반영이 배경이다. 최근 쿠폰 수익률은 다소 낮아졌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어서 인컴 자산으로의 매력도 살아 있다.

이렇듯 채권과 관련한 우호적인 투자심리는 다양한 채권 ETF의 상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채권 ETF와 두드러지게 달라진 부분은 듀레이션을 최대한 길게 해서 금리 민감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가장 만기가 긴 30년은 기본이고 레버리지는 물론 스트립까지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채권 ETF의 듀레이션을 확장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채권 선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 7일 상장한 ACE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 ETF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켓PRO]장기채 ETF 요즘 뜬다는데…'이건' 알고 투자하자
스트립채권(STRIPS) ETF도 등장했다. 스트립채권은 이표채권의 현금흐름을 분리하여 원금 및 이자를 개별적인 무이표채권으로 전환시킨 채권이다. 이 중 원금스트립 채권은 만기에 원금을 지급하는 구조여서 장기채권의 만기 부근으로 듀레이션이 결정된다. 이 외에도 합성복제 방식의 30년 채권 레버리지 ETF도 조만간 상장할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상장하고 있는 채권 ETF가 듀레이션 확대에 진심인 이유는 아무래도 막바지에 이른 글로벌 금리인상 사이클이 배경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 통제라는 화두에서 출발한 주요 국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다소 진정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장기 채권 ETF의 경우 채권 투자라기 보다는 금리 방향성 베팅에 가까운 상품이라는 점이다. 만약 초장기 채권 ETF 투자자가 예상하는 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가시화되지 않거나 혹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전개된다면 듀레이션에 비례해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아주 단순한 학습효과를 습득했다. 과도한 쏠림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듀레이션 확대에 집중한 채권 ETF의 행보는 금리 변화와 관련해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