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증여는 당사자간 의사 합치만 되면 어떤 방식으로 작성하든 유효
증여는 누군가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증여자 생전에 효력이 발생하는 생전증여는 절세 목적 등으로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증여의 유형 중에는 생전증여뿐만 아니라 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사인증여도 있다. 증여자 사망 시 특정인에게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내용의 증여가 사인증여다. 이런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후에 증여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유언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유증과 비슷하다.

유증 또한 유언을 통해 유언자의 사망 시 재산을 누군가에게 이전하는 효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판례도 사인증여의 실제적 기능을 유증과 같이 보고 있고, 유류분반환대상을 판단할 때 유증과 같은 취급을 한다. 사인증여는 계약을 통해 증여자 사망 이후 증여자의 재산처분관계를 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언을 통한 유증만큼 그 활용도가 높다.

보통 본인 사후에 누군가에게 본인 소유 재산을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주겠다고 할 때 유언장을 작성하게 된다. 유언은 그 내용과 방식이 잘 알려져 있고 유언자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단독행위다. 상대방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언제든지 유언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유언을 통한 재산의 이전은 그 방식이 엄격하다. 민법에서 정해 놓은 다섯 가지 방식으로 작성된 유언만이 유효한 유언이 된다. 따라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로 본다.

이에 비해 사인증여는 유증과 실질적으로 비슷한 효력이 있지만 증여자와 수증자 간 계약이기 때문에 내용과 방식에 제한이 없다. 사인증여는 다른 계약과 마찬가지로 증여자가 의사표시를 하고, 이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하는 경우 그 효력이 발생한다. 다양한 내용으로 증여 의사표시를 할 수 있으며, 당사자 간 의사 합치만 되면 어떤 방식으로 작성하든 유효한 사인증여가 될 수 있다. 다만 계약이기 때문에 유언과 달리 증여자의 일방적인 철회가 불가능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사인증여는 유증과 같이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유증의 대체수단으로 쓰이는 경우보다 유증이 무효가 된 경우 사인증여로 효력이 있는지를 다투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유언자가 상속인에게 작성·교부한 유언증서가 유언으로서의 법적 방식에 맞지 않아 무효가 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 증서에 자신이 사망하는 경우 특정한 재산을 상속인들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상속인들이 내용에 동의한 경우 유언자와 상속인 사이에 유효한 사인증여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해당 유언증서는 사인증여 계약으로서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유언을 통한 유증뿐만 사인증여는 당사자 간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위의 사례처럼 유언이 방식에 어긋나 무효가 되더라도 그 유언이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은 없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다. 유언과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자산의 이전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효력이 있는 사인증여도 잘 활용하면 유언자 또는 증여자의 의사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곽종규 KB금융 WM스타자문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