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융주 실적, 이상 없다…4000 터치한 S&P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나온 뒤 인플레이션 걱정은 확실히 감소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경기 침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줄기차게 경고해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13일(미 동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금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일시 중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그날에 훨씬 더 가까워지고 있다(Closer to Done)"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다는 기존 견해를 고수할 것"이라면서도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몇 달 전보다 더 그럴듯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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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해온 UBS는 오늘 "2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다른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면서도 "우리가 보기에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Fed가 금리 인상 주기를 일시 중지하는 것을 고려하기에 충분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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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CPI가 전월 대비 0.2% 아래로 계속 나온다면 오는 5월까지 Fed의 목표인 2%로 돌아간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CPI 보고서 이후 다음 회의에서 더 작은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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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괜찮은 가운데 오늘 아침 투자자 관심은 급속히 어닝시즌으로 넘어갔습니다. 새벽부터 은행들의 4분기 실적이 쏟아졌습니다. 정리하면 대부분 월가 예상을 넘는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금융사 별로 엇갈린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JP모건의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한 110억 달러, 매출은 18% 늘어난 345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월가 예상(93억 달러, 343억 달러)을 넘었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4분기 순이자 수입은 48% 급증해 분기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소매금융 매출은 29% 증가했지만, 투자은행 부문은 9% 감소했습니다. JP모건은 "가벼운 경기 침체가 기본 사례"라며 대손충당금 23억 달러를 쌓았습니다. 3분기보다 49% 증가한 것입니다. 월가 추정치 19억6000만 달러를 훨씬 상회했습니다. 제러미 바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업률이 4.9%에 이르는 경기 침체가 올해 4분기 닥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모기지 부문에서 이미 시작된 침체에 더해 자동차 대출에서 역풍이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익은 2%, 매출은 11% 증가했습니다. 대손충당금으로는 11억 달러를 쌓았습니다. 역시 순이자 수입은 29% 증가했습니다만, 투자은행 분야의 수수료는 54% 하락했습니다.

◆웰스파고는 이익이 50%, 매출은 6% 감소했습니다. 과거 유령계좌 사건으로 4분기에 37억 달러 벌금을 낸 탓입니다. 벤처캐피털 분야에서도 10억 달러를 상각했습니다. 역시 금리 상승에 따른 효과로 순이자 수입은 45% 폭증했습니다. 대손충당금으로는 9억5700만 달러를 쌓았습니다.

◆씨티그룹의 이익은 21% 하락했지만 기대치를 상회했습니다. 매출은 6% 증가했습니다. 대손충당금 18억5000만 달러를 마련했습니다.

◆블랙록은 이익이 23%, 매출은 15% 감소했습니다. 운용자산은 8조6000억 달러로 3개 분기 연속 하락한 뒤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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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월가 기대를 넘었지만, 웰스파고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씨티는 실적은 별로였지만 예상은 넘었습니다. 하지만 실적을 공개한 직후 이들 주가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4분기 실적보다 약한 가이던스와 최고경영자(CEO)의 보수적 언급이 문제였습니다.

JP모건은 트레이딩 부문을 제외한 올해 순이자 수입 규모가 약 74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는 월가 전망(751억5000만 달러)을 밑돌았습니다. 제이미 다이먼 CEO는 "미국 경제는 돈이 풍부한 소비자와 기업 덕분에 건재하다"라면서도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지정학적 긴장, 에너지와 식량 공급 취약성, 지속적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리 상승, 전례 없는 양적 긴축, 지정학적 긴장 등에서 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이먼은 "가벼운 경기 침체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이언 모이니헌 뱅크오브아메리카 CEO도 "기본 시나리오는 올해 초중반 약간의 경기 침체"라며 "실업률이 5.5%로 오르고 내년 말까지 지속해서 5%를 넘는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은행 실적을 자세히 보면 다이먼의 말처럼 지금은 소비가 건강하지만,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모기지 대출=4분기 급감했습니다. 금리가 치솟은 탓입니다. JP모건은 1년 전 422억 달러에서 67억 달러로 급감했습니다. 2004년 이후 가장 적습니다. 웰스파고도 1년 전 481억 달러에서 146억 달러로 70% 감소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52억 달러로 77% 줄었습니다.

◆예금 잔액=4분기 예금은 JP모건에서 5%, 웰스파고에서 7%,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6% 감소했습니다.

◆신용카드 대출 잔액 급증=JP모건 고객의 신용카드 지출은 1년 전에 비해 12% 증가했습니다. 잔액은 20% 더 빠른 1852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출은 6% 증가했지만 잔액은 934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씨티그룹은 잔액이 13%, 웰스파고는 20%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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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암울한 전망을 제시하면서도 인력 감축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을 내놓았습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인력은 각각 2021년 말보다 8%와 4% 늘었습니다. JP모건은 여전히 고용 확대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웰스파고와 뱅크오브뉴욕멜론, 블랙록은 일부 정리해고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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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도 매출과 이익 모두 월가 추정을 넘어섰지만,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1분기 가이던스를 내놓았습니다. 1분기 주당순이익(EPS) 15~40센트를 제시했는데, 이는 4분기 1.48달러보다 대폭 감소하는 것입니다. 인건비와 네트워크 재건 비용을 포함해 항공유를 뺀 비용이 올해 3~4%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델타항공은 오늘 조종사 노조와 올해 18%를 포함해 4년간 34%를 올리는 임금 인상에 합의했습니다.

미국 최대 의료보험 업체 유나이티드헬스의 실적은 탄탄했습니다. 경기를 타지 않는 특성을 가진 이 회사는 4분기 매출은 12% 증가한 827억9000만 달러, 이익은 17% 증가한 47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모두 월가 예상을 넘어섭니다.

오늘 아침 실적 외에 기업 관련 부정적 소식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소비자 대출 사업이 지난 3년 동안 3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다음주 17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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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밤새 미국과 유럽에서 가격을 최대 20%까지 인하했습니다. 7500달러 전기차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 경쟁력을 확보한 것입니다. 세액 공제까지 고려하면 일부 모델 가격은 최대 31%까지 떨어집니다. 이는 수요 약화를 탓으로 풀이됐습니다. 높은 마진은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에버코어ISI는 "테슬라의 단기 마진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며 이런 가격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버코어는 테슬라가 일부 가격을 다시 올리더라도 2023년 EPS는 현재 컨센서스보다 30~40%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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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팀 쿡 CEO는 올해 연봉(보너스, 스톡옵션 등 포함) 을 작년보다 40% 이상 깎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21년, 2022년 각각 9000만 달러가 넘는 보상을 받은 쿡은 주주 반발에 부딪히자 올해 4900만 달러로 줄인 것입니다. 월가에서는 애플의 올해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실적 발표가 나온 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8%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은행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던 것은 사실이었고,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1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증시에 큰 힘을 불어넣었습니다. 지수가 64.6(잠정치)으로 집계돼 12월(59.7)보다 상승했을 뿐 아니라 예상(60.7)도 크게 웃돌았습니다. 특히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0%로 전월의 4.4%에서 크게 낮아졌습니다. 2021년 4월 이후 최저입니다. 인플레이션 전선에서 계속 낭보가 전해지고 있는 것이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경제적 자신감도 높아지고 있고요.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0%로 전달(2.9%)보다는 높아졌지만, 지난 18개월 중 17개월 동안 머물던 범위(2.8~3.0%)에서 유지됐습니다. 제프리스는 "소비자들이 작년 기록적 휘발유 가격으로 인한 피해에서 점차 치유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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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하던 시장은 오전 11시 30분께 한 차례 흔들렸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오늘 의회 상하원 지도부에 편지를 보내 연방정부 부채한도가 다음주 19일 상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도 확대 등 대책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미 의회는 2021년 12월 부채한도를 2조5000억 달러 늘려 31조3800억 달러로 높였는데, 이미 그만큼 국채를 찍어 거의 다 써버린 것입니다. 한도까지 780억 달러 남았습니다. 옐런은 "한도 도달 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피하고자 특별조치 시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특별조치란 공무원 퇴직기금에 대한 출연을 늦추는 등 급하지 않은 지출을 줄여 예산을 최대한 아끼는 걸 말합니다. 미국 정부는 부채한도 관련 디폴트를 피하고자 1985년부터 최소 16번 이런 특별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계속 디폴트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재무부는 "특별조치로 얼마나 오래 디폴트를 피할 수 있을지 추정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현금과 특별조치가 6월 초 전에 고갈될 가능성은 적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재무부의 돈이 완전히 다 떨어져 미 정부가 부도에 몰리는 'X 시점'은 오는 8월 초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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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공화당이 원래 부채한도 증액에 비판적인 데다, 당내 강경파는 부채한도를 늘려주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주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의장 선출 투표를 15번이나 거쳐야 했던 것도 이들 강경파가 부채한도 증액을 막기 위해 의회 규칙 등을 바꿀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부채한도를 올리려면 상응하는 지출 삭감을 조건으로 하고 △재량 지출 규모를 2022 회계연도 수준으로 동결하는 등을 요구했고 매카시는 이를 수용하고 의장이 됐습니다. 오늘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극단적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채무불이행 위협을 이용하는 것은 불법 행위"라며 "그들은 경제 붕괴 자해를 일으킬 것이라고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벌써 올여름께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불거져 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양당이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벼랑 끝 대치를 벌일 때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켜 세계 금융시장에 파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부채한도 확대에 대한 양당 간 의견 불일치로 미국 신용등급까지 강등됐던 지난 2011년과 훨씬 더 비슷하게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채권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전 11시 30분께 전날과 비슷한 4.14% 수준에 머물던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보도가 나온 뒤 급등해 오후 3시 20분께에는 9.2bp 오른 4.224%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도 같은 시간 6.1bp 오른 3.507%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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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장은 결국 이를 이겨냈습니다. 주요 지수는 4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전략가는 "은행 실적은 주가에 부담을 주었지만, 투자자들이 어쨌든 이미 예상했던 부정적인 뉴스를 어느 정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역전되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우는 0.33%, S&P500 지수는 0.40% 올랐고 나스닥은 0.71%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3999.09를 기록, 200일 이동평균선(3995) 위에서 마감됐습니다. 한때 4003까지 올랐습니다. S&P500 지수는 작년 4월 이후 20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이틀 이상 머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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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들은 JP모건이 2.52% 오르는 등 상승세로 마무리했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0.94% 내렸습니다. 경쟁 격화 가능성에 GM(-4.75%) 포드(-5.29%) 등 다른 자동차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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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시즌에 대한 전망은 전반적으로 우울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어젯밤 투자 메모에서 "S&P500 기업에 대한 실적 추정치 하향 추세는 경착륙을 가리키고 있다"라며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정체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의 이익 하향 조정은 극단적이고 과거 경기 침체기(2000년, 2008년)에만 이런 모습이 나타났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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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건 2023년 전체에 대한 전망이지, 작년 4분기가 그렇게 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는 S&P500 기업들이 4분기에 전년 대비 -3.9%의 이익 감소를 보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팬데믹 초인 2020년 3분기(-5.7%) 이후 첫 번째 이익 감소를 기록하게 됩니다. 하지만 S&P500 기업들은 지난 40분기 동안 38분기에서 예상보다 더 높은 실제 이익을 공개했습니다. 10년간을 보면 평균 추정 이익을 6.4% 초과했고, 5년간을 따지면 8.6% 초과했습니다. 팩트셋은 과거 데이터를 감안하면 실제 이익은 4%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오늘까지 실적을 발표한 29개 기업만 따지면 이들 이익은 월가 추정치를 7.7% 초과했습니다. 다만 지난 2개 분기 동안만을 떼어내 분석하면 실제 이익이 추정치를 2.5% 초과한 데 그쳤습니다. 팩트셋은 "이번 분기에는 소득이 2%가량 감소할 수 있다"라고 봤습니다.

월가는 작년 말까지 부정적 내러티브가 지배했습니다. ▲Fed의 지속적 긴축 ▲Fed 위원들의 계속된 매파적 메시지 ▲후행적 노동지표만 보는 Fed의 정책 실수 가능성 ▲기업 이익 침체 가능성 등이 그 근거입니다. 하지만 지난 12월 고용보고서와 CPI가 발표된 뒤 낙관적 내러티브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고용은 좋은데 임금 상승률 등 물가가 꺾어진다면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런 낙관적 내러티브의 근거는 ▲디스인플레이션 ▲Fed의 긴축 속도 추가 둔화 ▲금리 및 달러 하락을 통한 금융여건 완화 ▲강력한 노동시장으로 인한 연착륙 가능성 ▲빠른 중국 경제 재개 ▲탄력적인 유로존 경제 등입니다. 어제 발표된 독일의 작년 성장률은 1.9% 성장했고, 영국의 11월 GDP도 0.1% 올라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많은 자산이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 비트코인은 10일 연속 상승하며 19000달러 선을 넘었습니다. 2021년 10월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금은 오늘까지 6일 연속 상승하면서 온스당 1925달러 이상으로 급등했습니다.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기술적으로는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상방 돌파하는 '골든 크로스'가 발생했습니다.

변동성지수(VIX)는 소강상태입니다. 오늘 1년 만에 최저치인 18.1까지 떨어졌습니다. Fed가 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공포 게이지'가 이렇게 가라앉은 적은 없었습니다. WSJ은 투자자 불안이 VIX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로 감소한 주식 비중(헤지 물량 감소), 옵션을 통한 헤지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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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이번 주 2개월 만에 최악의 한 주를 겪으면서 기술적으로는 200일 이동평균선이 50일 이동평균선을 밑으로 깨고 내려가는 '데쓰 크로스'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Fed의 긴축 완화 기대, 유럽중앙은행(ECB)의 더 매파적 움직임, 탄력적 유럽 경제, 중국의 코로나 봉쇄 해제, 일본의 긴축 전환 움직임 등이 모두 맞물려 나타나고 있는데요.

최근 며칠 사이엔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와 함께 엔화 강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오늘 엔화는 달러당 127엔대까지 기록해 작년 5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지난 3개월 동안 17% 상승한 것입니다. 다음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리는데요. 요미우리 신문은 어제 일본은행이 초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검토하고 수익률 곡선 왜곡에 대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국채 금리가 치솟아 일본은행이 제시한 10년물 금리 상한 0.50%를 웃돌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긴급 시장 개입에 나서 목요일 하루에만 4조6000억엔 규모의 국채를 사들였습니다. 지난달 한 달 매입액을 최대 9조 엔으로 높였는데, 하루에 절반 이상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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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는 "일본은행이 다음주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 YCC를 끝낼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는데요. 지난 12월처럼 금리 목표 범위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수익률 곡선 왜곡이 수정되지 않는 데다, 오는 4월 퇴임 예정인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로선 어차피 물러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 변화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는 게 낫다는 논리입니다. 미쓰비시UFJ증권은 금리의 지속적 상승 및 수익률 곡선 왜곡을 볼 때 "일본은행이 실제 YCC를 끝내려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수익률 곡선이 통제 불능이라는 것이 명확해지면 일본은행은 이를 끝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이 YCC를 포기한다면 엔화 강세가 강해지고, 일본 금리가 치솟으면서 저금리의 엔을 기반으로 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본으로 회귀할 수 있으므로 세계 자산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삭소뱅크는 "엔화가 달러당 115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월가에선 4월 구로다 총재가 물러난 이후 YCC 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입니다. 블룸버그가 4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한 명을 빼고는 모두 다음주 정책 변화를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8%가 새 총재가 취임하는 4월이나 6월 중 변화를 예상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