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우의 퀀트 포커스

36개 종목이 5년 연속 4분기에 ‘어닝 쇼크’
전망치 밑돈 폭 상위 10개 중 5개가 조선사
‘어닝 서프라이즈’ 확률 높은 종목군엔 헬스케어 많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들이 작년 4분기 성적표를 받아들 실적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 발표되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보다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는 ‘어닝 쇼크’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4분기 실적 시즌은 늘 부진했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회계연도 마지막 분기에는 비용을 반영하고, 자산상각으로 영업외손실이 발생한다. 예상할 수도, 계량하기도 어려운 비용과 손실은 추정치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예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손 놓고 보유 종목이 어닝 쇼크를 피하기만 기다릴 수 없다. 이에 한경 마켓PRO는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직전 5년(2017~2021년) 동안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와 실제 영업이익을 비교해 괴리가 컸던 종목을 살펴봤다. 실적과 비교할 컨센서스는 매년 첫 거래일에 집계된 수치를 사용했다.

분석 대상은 △올해 1월4일 현재 증권사 3곳 이상의 영업이익 추정치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가 형성됐고 △직전 5년 중 한 번이라도 4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형성돼 과거 괴리율을 구할 수 있었으며 △금융회사를 제외한 241개 종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건에 부합한 종목들의 영업이익과 컨센서스 사이의 평균 괴리율은 5년 모두 음수로 나왔다. 작년 4분기의 평균 괴리율이 –157.33%로 실적이 전망에 못 미친 정도가 가장 컸고, 2019년의 괴리율이 –38.29%로 5개 연도의 4분기 중에서는 가장 양호했다.

5개 연도 모두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밑돈 종목은 아모텍, 현대미포조선, HSD엔진, 녹십자 등 모두 36개에 달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이중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돈 폭이 5년 평균으로 가장 큰 종목은 아모텍으로, 괴리율이 –506.71%에 달한다. 2020년과 작년에 추정치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로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작년 4분기에는 주력사업을 모바일 부품에서 전장과 다중적층세라믹콘덴서(MLCC)로 전환하는 비용으로 인해 전망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내놨다.

이번에 발표될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5억원이다. 이번에도 컨센서스를 밑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의 영업흑자를 기대하지만, 이전 전망보다는 소폭 부진할 것”이라며 “MLCC 매출 증가가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전장 부품 매출은 개선됐겠지만, (기존 주력 사업인) 모바일 관련은 부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4분기 영업이익과 컨센서스 사이 괴리율의 5년 평균이 두 번째와 세 번째로 큰 종목은 현대미포조선과 HSD엔진이다. 5개 연도 내내 4분기에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는 조건을 제외하고 보면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밑돈 폭의 평균이 큰 상위 10개 종목 중 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5개가 조선사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작년 4분기 조선사들의 어닝 쇼크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여파로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선박 건조 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철강재 가격이 치솟았고, 이를 수주 잔고에 반영해 충당금을 쌓으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됐다.

2020년 4분기에도 조선사들 실적은 대규모 어닝 쇼크였지만,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경제활동이 멈추면서 2020년에 수주 공백을 겪다가 연말부터 몰아치기 수주 낭보를 전한 영향이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직전 5개 연도 모두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웃돈 종목은 없었다. 다만 평균으로 따지면 괴리율이 양수인 종목이 45개 추려졌다. 이중 3개 연도 이상 4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였던 종목은 한국카본, LG디스플레이, 한미약품, 에스에프에이, 오스템임플란트, 신세계, 나스미디어, 동국제약, 두산밥캣, 덴티움, 씨젠, 동원F&B, 롯데정밀화학, 한온시스템, 이노션 등이다. 이들 14개 종목 중 헬스케어 섹터에 포함된 종목이 5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