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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전직 애널리스트가 알려주는 증권사 리포트 읽는 법
'제목'으로 돌려 말하는 애널리스트…"숨겨진 의도 파악해야"
[마켓PRO] "증권사 리포트, '이것' 알고 봐야 '투자 포인트' 보인다"
"증권사 리포트 읽는 방법이요? 저라면 쓰여있는 대로 보진 않을 거 같아요. 사실 글의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애널리스트가 한때 증권사의 '꽃'이라 불렸지만, 요즘은 '눈치' 때문에 리포트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숨겨놓죠. 행간을 읽어야 종목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직 애널리스트이자 증권사 투자은행(IB) 분야에서 활동 중인 A씨는 증권사 리포트를 읽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기자에게 귀띔해줬다. 그는 '성장주 B기업,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리포트 제목을 예시로 기자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냐고 물어봤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니, 앞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대답을 내놨지만 정작 돌아온 말은 의외였다.

A씨는 "리포트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제목의 의미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제목 그대로 주가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의미도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등 매수까진 추천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사 리포트를 가장 쉽게 파악하는 핵심 포인트는 '제목'과 '목표주가'라고 말한다. 사실 증권사 리포트에서 말하는 투자의견은 큰 의미가 없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9월 연저점(2134.77)을 찍으며 약세장을 지속하는데도 증권사들이 발간한 기업 리포트 투자의견은 '매수' 일색이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한경DB
여의도 증권가. /사진=한경DB
우선 A씨는 목표주가를 어떻게 내놓느냐에 따라 리포트 제목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위에 예시로 언급한 '지금부터 시작'이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분석 종목의 목표주가를 낮췄다면 지금 사지 말라는 의미가 더 강해진다는 것.

그는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제목'이라고 말한다. 분석 종목이 애매한 경우 모호한 수식어를 달아서 책임을 회피하기도, 매도를 외치고 싶다면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제목을 일부러 달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A씨는 "'올해보다 기대되는 내년'이란 리포트 제목만 살펴봐도, '지금 사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에서 투자의견을 하향하거나 목표주가를 내릴 경우 안팎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돈을 버는 부서가 아니기에, IB나 법인영업으로 버는 수익을 생각하면 같은 회사 소속인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것.

결국 투자자들이 리포트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의도를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A씨는 크게 리포트의 제목, 목표주가, 내용의 굵은 줄이나 밑줄 등을 통해 애널리스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목표주가를 상향 또는 유지한 채 '집중 매수 추천', '매수 서두를 때' 등의 제목을 쓸 때는 그만큼 애널리스트가 해당 종목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모든 증권사 리포트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목에 따라 리포트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A씨는 증권사 리포트를 보는 몇 가지 노하우를 알려줬다. 첫 번째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포트 내 사실은 실적 등 숫자를 근거한 분석이며, 의견은 애널리스트나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개별적인 전망이다. 그는 만약 B기업이 메타 테마주라고 봤을 때 매출액 중 메타 사업 비중이 크면 근거 있는 사실로, 메타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데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이란 설명과 함께 향후 메타 테마주로 역할을 할 것이란 언급이 있으면 애널리스트 개인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 리포트는 나열해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서 나열은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한 증권사에서 나온 해당 기업의 리포트를 시계열 방식으로 정리해 목표주가와 리포트 작성자(애널리스트)를 꼭 챙겨야 한다고 설명한다. 투자자들은 리포트가 발간되던 시기로 돌아가서 해당 애널리스트가 언급한 투자 포인트와 주가 전망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간에 애널리스트가 교체된 것이 아니라면, 그동안 제시한 목표주가 정확도를 분석하란 설명이다.

타 증권사의 리포트와 비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예시로 10개의 증권사가 C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내놨을 때 목표주가 등에서 차별성을 보이는 리포트가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 어떠한 이유에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A씨는 "목표주가는 높게 제시한 증권사 리포트, 반대로 목표가를 낮게 제시한 리포트의 근거를 비교하면서 적절한 목표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한 기업에 대한 여러 증권사가 발간한 리포트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 내용이 비슷한 이유와 관련해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소신'이 사라지고 '눈치'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대형주의 경우 애널리스트도 눈치를 보면서 목표주가를 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형 리서치센터에서 C기업의 목표주가로 5만원을 제시하면 타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이에 맞춰서 목표주가를 산정해 근거를 찾는 경우가 있다"면서 "현직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차라리 다 같이 욕을 먹는 게 마음이 편하지, 혼자만 다른 컨셉으로 갔다가 눈에 띄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투자 지표로 증권사 리포트를 제외하란 의미는 아니다. 리포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포트를 읽고 펀드매니저들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살지, 팔지를 결정한다. 그는 "증권사 리포트 내용에 따라 기관 등 메이저 투자자들의 수급을 결정하기도 한다"면서 "리포트 제목을 비롯해 시계열 정리, 타 증권사 리포트와 비교 등을 통해 애널리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