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및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달러’ 기조가 꺾인 데다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경기 침체 우려마저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에 투자하는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은 관련 상품이 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며 주목받고 있다.

강달러 꺾이자 금·은 훨훨

킹달러 힘 빠지자…금·은 ETF '기세등등'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 선물에 투자하는 ETF인 ‘KODEX 은선물(H)’은 최근 한 달(11월 21일~12월 21일) 동안 14.88%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 선물에 투자하는 ‘TIGER 골드선물(H)’은 같은 기간 3.29%의 수익을 냈다. 코스피지수가 같은 기간 3.74% 빠진 점을 감안하면 귀금속 관련 투자상품이 시장 수익률을 웃돈 셈이다.

레버리지 상품이 많은 ETN 시장에서는 금·은 관련 상품이 더욱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신한 레버리지 은선물(H)’은 한 달간 31.54%, ‘KB 레버리지 금선물(H)’은 7.44%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조정하며 달러 강세가 꺾이자 금과 은 등 귀금속 가격이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2023년 2월물)은 지난 10월 20일 온스당 1636.8달러에서 이달 20일 1825.4달러로 11.5% 상승했다. 반면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강세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112.8에서 103.6으로 하락했다. 은 가격도 이런 금 상승세를 타고 함께 올랐다. 통상적으로 은 가격은 금 가격과 함께 움직일 때가 많다. 은은 산업에 쓰이는 용도가 더 많아 가격 상승폭도 더 큰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금 가격은 은의 50배 수준에서 형성되지만, 최근 비율을 보면 80배 수준이기 때문에 은 가격 상승 여력이 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내년에도 귀금속이 상승하는 골디락스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리는 내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금과 은의 강세 사이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더 뛸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 조정이 오면 장기 금 투자를 위한 저가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상품 투자 시엔 ‘PTP’ 확인해야

국제 귀금속 가격이 상승하면서 해외에서도 비슷한 ETF 상품들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다만 해외 종목의 경우 ‘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에 해당하는 종목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인베스코 DB골드펀드’와 ‘인베스코 DB실버펀드’는 최근 1개월간 각각 3.48%, 15.56%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두 종목은 PTP에 해당돼 내년부터 팔 때 매도 금액의 10%를 세금으로 원천징수당할 수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품 중에서도 ‘KODEX 골드선물인버스(H)’를 비롯한 일부 상품이 PTP에 해당하는 종목을 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금 ETF 대신 금광기업 ETF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광기업 ETF들은 대부분 PTP 종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내년 임금 상승 압력이 다소 해소되면 금광업체가 금보다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