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블랙스톤, '탄광의 카나리아'? 잇따라 펀드 환매 중단
지난주 11월 고용 지표에 이어 어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1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오히려 상승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예상보다 강하게 긴축할 것이란 걱정이 지속해서 뉴욕 증시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주택 시장, 제조업 경기 악화에 이어 일부 기업이 해고에 나서는 등 경제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지는 가운데 올해 375bp나 기준금리를 올린 Fed가 앞으로도 얼마나 더 금리를 인상할지 모르는 데 따른 공포가 커진 탓입니다.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 CPI의 추세가 Fed의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결정할 수 있지만, 최종금리의 수위는 노동시장이 결정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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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 선에서 출발했지만, 어제와 비슷하게 지속해서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다우는 1.03%, S&P500 지수는 1.44% 내렸고 나스닥은 2.00% 하락했습니다. S&P500지수는 4일 연속 하락(2018년 9월 이후 처음)하면서 지난주 제롬 파월 의장의 덜 매파적인 발언으로 급등했던 것을 모두 까먹었습니다. 최종금리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파월 랠리'를 식혀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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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높아진다면 주식의 밸류에이션, 즉 주가수익비율(P/E)은 낮아지게 됩니다. 금리가 높아서 투자할 대안이 생겼는데, 비싼 프리미엄을 주고 주식을 살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P/E에서 펀더멘털이 되는 분모인 기업 이익(E)도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주가를 형성하는 방정식이 멀티플과 이익 모두에서 위협을 받는 것입니다. 노스페이스, 팀버랜드 등의 의류 브랜드를 가진 VF 코퍼레이션은 전날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두 달 사이 두 번째입니다. 북미 시장에서의 예상보다 약한 수요로 인해 실적 전망이 악화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스티브 랜들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주가는 어제 11% 하락했습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금융 업종은 무려 2.5%나 떨어져 가장 많이 내렸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역은행인 키뱅크(KeyCorp)는 어제 분기 실적을 업데이트하면서 향후 가이던스를 소폭 낮춘 탓입니다. 이게 경기가 악화하면 기업 부도가 늘어나고 은행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기존의 월가 우려를 부추긴 탓입니다. 그래서 어제 지역은행 중심으로 폭락세가 나타났지요. SPDR S&P Regional Banking ETF는 3월 이후 최악의 성적인 5%나 급락했습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신용 위험뿐 아니라 은행에서는 예금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양적 완화(QE)의 시대에는 저렴한 예금을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었는데, 긴축으로 인해 금리가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이 고금리 채권과 단기 머니마켓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코메리카뱅크는 예금 감소가 계속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는 전반적인 마진 감소로 이어지는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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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는 오늘 아침 8시 골드만삭스의 파이낸셜 콘퍼런스가 열렸습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디스커버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등 많은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해 현 상황과 전망에 대해 밝혔습니다. 그리고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와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 등은 언론 인터뷰에서 나와 향후 경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부정적인 얘기들이 지속해서 나왔고 이는 종일 투자 심리를 압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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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의 다이먼은 미국 소비자는 여전히 소비하고 있지만, 내년엔 바뀔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소비자들이 팬데믹 재정 부양책으로 인해 여전히 1조 5000억 달러의 잉여 저축을 갖고 있으며 2021년보다 10% 더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이런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으며 내년 중반엔 1조 5000억 달러가 소진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것들은 경제를 탈선시키고 사람들이 걱정하는 대로 가볍거나 혹은 심각한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이먼은 “허리케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모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Fed의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5%를 향해가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솔로몬 CEO는 "앞으로 험난한 시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가정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골드만삭스는 향후 성장 둔화를 예상한다면서 "2023년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은행이 특정 분야의 직원을 정리해고하고 금융 자원에 운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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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언 CEO는 "소비자들이 지금은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지만,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라며 11월 소비자 지출이 5% 증가했으나 이는 직전과 비교해 낮아진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23년에 4분기 중 3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경기 침체 )을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채용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전 세계 인력의 2%, 1600명을 정리해고한다는 뉴스까지 전해졌습니다.

오늘은 UBS, 레이먼드 제임스 등이 주최한 테크 콘퍼런스도 열렸습니다. 이들 콘퍼런스에서는 많은 기업 CEO가 나왔습니다.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는 "여러 달 동안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지속하면서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소비자가 있다"라면서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전자제품 등 비싼 품목을 사지 않는 등 신중하게 선택적인 구매를 하고 밝혔습니다. 그는 임금을 인상하면서 팬데믹 시대의 인력 문제가 가라앉기 시작했지만, 계산원 수준에서 여전히 고용 압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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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모터스의 메리 바라 CEO는 내년에 경제 역풍을 예상하지만, 아직 경기 침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라 CEO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꽤 강력한 소비자를 보고 있다. 여전히 팬데믹으로 인해 억눌린 수요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다른 산업에서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잠재적 수요 붕괴에 대비하기 위해 “상당히 보수적인 2023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펩시코는 북미 스낵 및 음료 사업부 본사에서 직원들을 해고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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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긴축→침체 우려에 유가도 급락했습니다.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5%(2.68달러) 떨어진 74.2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4%(3.33달러) 급락한 79.3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WTI는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브렌트유는 올해 1월 3일 이후 각각 최저가입니다. 서방의 러시아 원유에 대한 유가 상한제 시행으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침체에 대한 공포가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가 상당한 규모의 매수포지션을 정리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씨티의 에드 모스 원자재 전략가는 " 연말에 가까워지고 있고 올해 돈을 번 사람들은 잃고 싶지 않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미국의 내년 하루 생산량이 1234만 배럴로 2019년 사상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것도 유가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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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긴축 우려에 기준금리를 좇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오후 4시 20분께 2.9bp 오른 4.362%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침체 우려 속에 10년물 수익률은 5.7bp 내린 3.528%로 떨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2년/10년물 수익률 곡선의 역전 폭은 역대 최고 수준인 80bp 중반대까지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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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유동성 문제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블랙스톤의 690억 달러 규모 부동산 펀드(REIT)가 환매 제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오늘은 블랙스톤의 490억 달러 규모 사모 대출 펀드가 역시 환매를 제한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가장 어려운 곳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입니다. 지난 3분기 상업용 부동산 펀드에서는 37억 달러가 유출되어 1년 전보다 12배 증가했습니다. 어제 맨해튼 등에 수많은 상업용 빌딩 등을 운용하는 SL그린은 배당금을 12.9% 삭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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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월가에서는 아직도 산타 랠리에 대한 희망이 살아 있습니다. 13일 발표될 11월 소비자물가(CPI)가 지난달처럼 예상보다 잘 나오고 14일 FOMC가 예상처럼 금리 인하 속도를 낮추고 두 달 연속 CPI 상승률 하락을 고려해 덜 매파적 메시지(예를 들어, 점도표에서 2023년 최고금리를 5% 이하로 제시)를 내놓는다면 산타 랠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겁니다. 마침 뉴욕 증시의 계절성도 12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앞으로 두 달이 가장 상승률이 높은 시기라는 것입니다. 하이타워 자문의 스테파니 링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많은 것이 다음 주 CPI 수치에 달려 있다”라면서 ″예상보다 낮게 나온다면 연말까지 멋진 랠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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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산타 랠리가 있어도 그 이후를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오늘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피한다면 지난 10월 저점이 증시 바닥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 지금까지의 주가 하락은 경기 침체가 아닌 평균적 베어마켓 하락 폭과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이 아직은 연착륙을 기본 시나리오로 간주하고 있다는 얘기죠. 네드 데이비스의 에드 클리솔드 수석 전략가는 "Fed가 연착륙에 성공하면 2023년에는 침체가 없었을 때처럼 강세장이 3~15개월 동안 지속할 수 있다"라면서 "2023년 상반기에는 EPS 성장은 완만하지만, 긍정적일 수 있고,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줄어들고 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네드 데이비스는 2023년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지금보다 8%가량 높은 4300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러면 내년 3월 기준금리 인상이 긴축 주기의 끝인지 아니면 단지 일시 중지인지는 덜 명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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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2023년 증시 경로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네드 데이비스는 "경기 침체는 S&P 500의 새로운 저점과 더 가파른 EPS 감소를 의미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약세장은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에 끝난 적이 없으므로, 침체는 새로운 최저점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은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때 4개월 정도 먼저 바닥을 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번 경기 침체는 최근 사례(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01년 닷컴버블)보다 짧아야 한다"며 "평균 경기 침체 때 주가 하락률은 34.6%이지만 가벼운 경기 침체가 나타난다면 하락 폭이 평균보다 작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는 "침체로 약해진 경제는 Fed가 내년 1분기 초반에 금리 인상을 중단하도록 할 것이고 하반기에는 주기적인 강세장이 출현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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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과 긴축의 지연 효과, 기업 이익의 감소 등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에는 어렵겠지만 이렇게 어렵게 되면 Fed가 완화로 돌아서면서 증시가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 월가의 컨센서스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S&P500 지수는 향후 12개월 동안 평균 14% 상승했다"라고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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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경기 침체가 없어도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가 없어도 밸류에이션이 현재 수준(낙관적임)에 있고 EPS 성장이 크지 않다면 기본적으로 평평한 시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경기 침체가 있다면 내년에 EPS가 11% 정도 감소하고 S&P500 지수는 3750에서 마감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