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위기의 MG손해보험에 돈을 대겠다고 나선 곳은 뜻밖에 코스닥 기업이었다. MG손보는 1년6개월 전 신생 사모펀드 JC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약 2000억원의 자금을 확충했지만 지급여력(RBC) 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져 또다시 금융당국의 경영개선요구가 내려온 상태였다.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곳은 리더스기술투자였다. MG손보 최대주주인 JC어슈어런스 2호 펀드에 200억원을 출자했다. 금융위원회는 미심쩍었지만 조건부로 경영개선계획을 승인해줄 수밖에 없었다.
MG손보 자본확충 때도 'CB 공장' 동원…PEF까지 번진 '사채놀이'
리더스기술투자는 한 해 1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는 신기술금융회사다. 적자 회사가 ‘밑 빠진 독’으로 여겨지던 MG손보에 투자할 수 있었던 건 ‘전환사채(CB) 공장’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마련한 돈으로 펀드에 출자했다.

이 CB는 모회사 에이티세미콘의 대주주 더에이치테크(120억원)와 김형준 대표(80억원)가 인수했다. MG손보의 투자 성패와는 상관없이 CB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 거래를 주도한 건 이종철 JC파트너스 대표였다. CB 납입금 200억원도 전액 빌려줬다. 투자 파트너인 부동산 시행사 STS개발을 통해서다. 부실화된 포트폴리오 회사의 자본 확충에 코스닥 머니게임 세력을 끌어들인 셈이다.

200억원 빚더미 오른 PEF 대표

재일동포인 이종철 대표는 일본계 PEF인 오릭스PE의 한국법인 대표 출신이다. 2018년 JC파트너스를 설립해 독립했다. JC파트너스는 2020년 새마을금고와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MG손해보험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이뤄진 자본 확충으로 MG손보의 RBC 비율은 170%대로 개선됐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1년 만에 다시 97%로 내려갔다. 이 대표가 자본 확충을 위해 CB 공장을 찾은 배경이다. 하지만 200억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MG손보는 결국 지난 5월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됐다.

금융당국도 몰랐던 ‘이면합의’가 드러난 건 이때다. 리더스기술투자는 가지고 있던 JC어슈어런스 2호 펀드 지분(200억원)과 CB(200억원)를 맞바꿨다. CB 투자자가 펀드 지분을 떠안게 된 셈이다. 더에이치테크와 김 대표는 손해를 보지 않았다. 빌린 200억원을 현금 대신 펀드 지분으로 갚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돈을 빌려준 곳은 STS개발에서 브루노라는 인수합병(M&A) 중개업체(120억원)와 김신완 오릭스PE 한국 대표(80억원)로 바뀌어 있었다. 김 대표는 이 대표와 오릭스PE 때부터 동고동락한 사이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을 경제적 공동체로 본다. 2017년 말 브루노를 함께 세워 운영해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김형준 대표 등에게 빌려준 80억원은 이 대표 돈이며 브루노 지분도 최근 다 넘겼다”고 말했다. CB 매입대금을 대준 건 사실 이 대표였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200억원은 빌린 돈인데 갚을 예정”이라며 “MG손보를 살리려고 했을 뿐 법을 어긴 일은 없다”고 했다.

제도권과 비제도권 사이 담벼락

이 대표는 독립 후 코스닥 머니게임의 경계선을 오갔다. 시작은 삼부토건이었다. 2018년 DST로봇(현 휴림로봇) 무궁화신탁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삼부토건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코스닥 기업 DST로봇은 범서방파 두목인 고(故) 김태촌의 양아들을 자처하는 김행곤 씨(가명)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회사다. 이들은 2017년 4월 키스톤PE의 현대자산운용 인수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 키스톤PE 펀드에 오릭스, DST로봇, 무궁화신탁 등이 투자자(LP)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브루노뿐 아니라 브락사라는 M&A 중개업체도 세웠다. 이후 이들 개인 회사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브루노는 법인보험대리점(GA) 리치앤코에 지난해 연 12% 금리로 50억원을 빌려줬다. 리치앤코는 올해 초 JC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했다. 작년 10월에는 자신의 단골 출자자인 STS개발이 보유하던 경기 용인 기흥구 리빙파워센터 부동산신탁 수익권을 매입해주는 계획도 세웠다. MG손해보험과 브루노가 투자의향서까지 썼다가 무산됐다.

올해 4월엔 코스닥시장에서 브락사를 통해 한빛자산관리대부 계열 ES큐브의 경영권 인수 계약을 맺었다. ES큐브 경영권을 인수한 뒤 CB를 발행해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지분을 넘기려는 구조를 짰지만 자금 마련에 실패해 계약이 취소됐다.

꼬리를 무는 특혜, 로비 의혹

제도권과 비제도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이종철 대표를 키워준 건 우리은행 산업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도권의 대형 금융기관·회사들이었다. 모두 정치권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특혜와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새마을금고는 JC파트너스의 첫 거래이던 초순수 장비 제조사 비엔에이치(옛 범한정수) 인수에 앵커 출자자로 참여했다. 우리은행은 이 거래에 인수금융을 제공했다. 이후 새마을금고는 MG손보 최대주주인 펀드 운용사를 기존 자베즈파트너스에서 JC파트너스로 교체했다. 이 거래에도 우리은행은 약 1000억원의 인수금융을 댔다. 우리은행은 JC파트너스가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할 때도 자금을 제공했다. 우리은행의 전폭적 지원 하에 JC파트너스의 약정액은 1조2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JC파트너스의 KDB생명 인수 시도도 뒷말이 무성했다. 매각 입찰이 시작되기도 전에 JC파트너스가 내정된 분위기였다. 3500억원 거래에 우리은행이 1000억원, 산은은 그보다 후순위로 1000억원을 대기로 하면서다.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적격성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자 여덟 차례에 걸쳐 계약을 연장해준 것도 유례없는 특혜였다. 심지어 계약금도 없이 진행됐다. 산은의 각종 특혜는 정권이 바뀐 뒤 멈췄다.

이 대표는 KDB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이 늦어지자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 있었던 민주노총 간부 출신 장영준 씨를 JC파트너스 회장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장씨는 코스닥시장 M&A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다. 하이드로리튬(코리아에스이)을 인수한 리튬플러스의 초기 투자자로 이 회사의 리튬사업총괄단장도 맡고 있다.

그는 라임 사태 때도 등장했다.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라임 펀드 돈으로 장씨 등이 보유하던 필리핀 세부 이슬라리조트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로 도피한 김 회장의 친동생은 에이티세미콘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진형/이동훈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