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인터뷰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ESG전략본부 이사

“글로벌 펀드 전체적으론 자금 빠졌지만, ESG는 플러스”
“3분기 수익률 변동성 컸지만…연초 대비론 나쁘지 않아”
“글로벌 ESG 공시 기준 표준화, 투자 확대 트리거될 것”
[마켓PRO] “그린워싱 논란, 시장·투자자에게 ESG가 매력적이란 방증”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이전에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워싱’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3년 전까지만 해도 자본시장에서는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죠. 투자 측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매력적이지 않았으니까요. 최근 자본시장에서 그린워싱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건 ESG 경영이 투자자들에게 투자 매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ESG 관련 정책·절차를 따르지 않고 ESG 펀드를 운용했다는 이유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400만달러(약 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ESG 펀드 회의론’이 고개를 든 데 대해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ESG전략본부 이사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그린워싱 논란이 최근 2~3년동안 ESG 투자가 과열된 데 따른 부작용이라며, 각국 금융당국은 이 부작용을 바로잡을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논의가 한창인 ‘표준화된 글로벌 ESG 공시 기준’ 확정은 ESG 투자로 많은 자금이 몰리게 되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이왕겸 이사에게 ESG 투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골드만삭스에 대한 과징금 부과 소식이 전해진 뒤 ‘유행 타고 우후죽순 생겼지만 수익률이 시원찮아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지적까지 나왔는데요.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골드만삭스가 부과받은 과징금 규모가 이전의 최고 기록을 한참 웃돌다 보니 시장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일단 수익률 측면에서는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안 좋았기 때문에 ESG 펀드만 특별히 안 좋았다고 할 수 없고, 3분기에는 변동성이 컸지만 올해 들어선 이후(YTD)로 보면 대체로 코스피지수 등락폭을 웃돕니다.

사실 수익률을 이야기할 때 ESG 펀드를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하는 건 무리가 있어요. 친환경, 모빌리티, 우수한 ESG 등급 등 다양한 테마를 각각 또는 복합적으로 활용한 전략의 펀드가 모두 ESG 펀드로 분류되니까요. 개별 펀드로 보면 수익률이 우수한 펀드도 있죠.

ESG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글로벌 펀드플로우를 보면 사실과 다릅니다. 자금의 유출입을 보면 글로벌 ESG 펀드로는 올해도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거든요. 물론 유입 규모가 주춤한 건 사실이지만, 분기별로도 계속 순유입이었고 4분기 들어 10월에도 플러스였어요. 반면 전체 글로벌 펀드 유입액을 보면 올해 2분기부터는 확실하게 순유출로 나타납니다.”

▶ 그린워싱 논란을 일종의 해프닝 정도로 봐도 된다는 말인가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위장 ESG가 자본시장에서 논란이 된 건 굉장히 최근의 일입니다. ESG 투자에 대한 제도가 확립되기 전에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각국의 금융당국은 ESG 펀드 분류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중이에요. 이런 제도가 시장에 안착되면 위장 ESG 부작용은 상당히 해소될 걸로 봅니다.”

▶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만드는 작업도 한창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ESG 투자 확대에 아주 중요한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ESG 콘셉트의 투자에 대한 비판의 가장 주된 근거가 ESG 등급이나 관련 데이터들을 비교하기도, 신뢰하기도 힘들다는 거였습니다.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공시 기준이 확립되면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죠. 작년까지만 해도 ESG 공시 기준에 대한 이니셔티브가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밸류리포팅재단, 유럽 자체 기준 등 난립돼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IFRS 쪽으로 통합됐습니다. 한국도 회계기준원이 한국지속가능기준위원회(KSSB)를 설립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죠.

다만 한국에 어떤 방식의 ESG 공시 기준을 채택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ISSB는 외부감사를 받는 감사보고서 본문에 ESG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라고 권고했지만, 한국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공시 부담이 늘어나는 걸 우려해 첨부문서 수준으로 도입하겠다고 맞서는 중입니다.”

▶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미 ESG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ESG 평가 기준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ESG 경영을 잘 하는 기업을 추리나요?

“전에는 외부 평가기관의 등급을 사용했지만, 올해 5월에 자체적인 평가모형을 만들어 우선 국내 종목에 국한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외부평가기관의 ESG 평가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의 세 영역으로 나눠 평가한 뒤, 이걸 합산한 최종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체 평가모형은 △지배구조(거버넌스) △기후변화 감축 △기후변화 적응 △오염물질 관리 △순환경제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공정거래 △공급망 인권 △노동환경 △안전보건 △다양성·공평성·포용성(DE&I) △반부패 △제품 및 서비스 안전 △정보보안 △투명성 △주주 관리 △이사회 역량 △보수 △내부통제와 감사 등 7가지 아젠다를 설정해 각 다젠다별로 평가하고 최종 평가도 등급이 아닌 점수로 냅니다.

과거 ESG 투자가 투자하지 말아야 할 기업을 걸러내는 내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의 일환일 때는 등급을 매기는 평가 방식이 유효했습니다. 신용등급 활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죠. 반면 지금은 ESG 투자를 할 때 각 분야별 역량이 어떤지에 대한 세밀한 평가가 중요합니다.”

▶ 자금이 유입되는 규모로 봤을 때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중 어느 게 가장 힘이 있나요?

“최근 2년 동안은 환경(E) 쪽 자금 유입이 많았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돼서 규제가 강화되고,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친환경, 모빌리티 등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았으니까요. 친환경 테마가 뜨기 전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지배구조(G)가 중요한 이슈였고요. 코로나19 확산 사태 전까지 코스피가 약 10년동안 박스권에 갇히면서 주주 권리를 확대하려는 목적의 펀드들이 노력을 많이 했잖아요.”

▶ 아무래도 사회(S) 분야를 투자에 접목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군요.

“투자 기회로 작용하는 ESG의 부분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ESG가 투자 성과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봐도 사회(S) 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분명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향후 기회 요인으로 재평가될 가능성도 있고요. 실제 지배구조(G) 부분도 과거에는 주주가치 훼손 리스크를 보는 용도에서 주주 환원이나 주주 권리 확대로, 환경(E) 부문도 규제 대응에서 친환경 사업 성장으로 각각 재평가됐잖아요.

특히 임직원, 공급망, 지역사회 등 주주를 제외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서의 역량을 보는 사회(S) 부분은 임직원의 처우나 다양성 확보와 같이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에 주요한 동력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긴 합니다. 이걸 강하게 확인한 경험이나 이벤트가 많지 않았기에 사회(S) 부분을 기회로 보고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는 게 아직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 최근 메리츠금융지주의 상장 계열사 합병도 큰 이슈가 됐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한국의 지주회사 체제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점이 일반주주와 지배주주의 이익이 같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부분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이죠. 다만 메리츠금융지주와 같은 결정이 한국에서 잇따라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요. 이번 사례가 굉장히 모범적이긴 하지만, 반대로 회사를 분할한 뒤 분할회사를 상장해 논란이 된 사례가 아직까지는 훨씬 많잖아요.”

▶ ESG 투자에 있어 최근 환경(E) 쪽으로 쏠린 시장의 관심이 일정 부분 지배구조(G)로 옮겨 갈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요?

“우선 환경(E) 이슈는 기본적으로 2030년이나 2050년까지도 지속될 트렌드로 봅니다. 그런데 친환경 사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자본 배분과 같은 의사결정을 잘 할 이사회를 갖췄는지, 주주가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을 비롯한 체계가 마련됐는지, 시장과 얼마나 소통하는지 등 사회(S)와 지배구조(G) 역량도 필요합니다. ESG 각각이 경쟁적이 관계가 아니라는 거죠.”

▶ 지금 전체 주식 시장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 ESG 투자에 나서도 될까요?

“주식 시장이 전체적으로 당분간은 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SG 투자도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거고요. 다만 굳이 주식투자를 하겠다면, ESG 콘셉트에 맞춘 투자에 주목하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계획이 나와 있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잖아요.”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