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정점 통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국내외 증시가 일제히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쇼트커버링 예상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쇼트커버링 물량이 몰리면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반등에 공매도 줄어

"공매도 세력 타깃이면서 실적 탄탄한 기업 담아라"
11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906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08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투자가도 두 시장에서 각각 9898억원, 342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이날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쇼트커버링 물량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쇼트커버링이란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증시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수익을 확정하고 손실을 축소하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날 나스닥지수가 7.35% 급등한 것도 쇼트커버링 영향이 크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통상 연말에 공매도가 줄어든다는 계절적 특성도 쇼트커버링 기대를 높이고 있다. 주식을 빌린 공매도 투자자는 연말엔 이자에 더해 배당금까지 대여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런 추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당락일(12월 28일) 이전 공매도를 상환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 공매도 거래대금도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3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5542억원) 대비 21.3% 줄었다.

쇼트커버링 예상 종목은

전문가들은 증시 반등 국면에서 공매도 잔액 비율이 높은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9.2%), 호텔신라(7.5%), 엘앤에프(5.8%), 두산퓨얼셀(5.6%), LX세미콘(5.3%), HLB(5.2%), OCI(5.0%) 등의 공매도 잔액 비율이 높았다.

다만 쇼트커버링은 단기적 수급 요인에 의한 일시적 상승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하락장에선 주가를 더 내리는 요인이지만 상승장에선 오히려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쇼트커버링 예상 종목은 장기투자가 아니라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각 종목의 공매도 잔액을 하루 평균 거래대금으로 나눠 쇼트커버링 예상 기간을 구했다. 롯데관광개발의 쇼트커버링 예상 기간은 12.3일로 모든 종목 가운데 가장 길었다. 이 밖에 호텔신라(9.5일), 엘앤에프(3.8일), 두산퓨얼셀(6.8일), HLB(4.8일), OCI(1.9일) 등 대부분 종목의 예상 기간이 5일 안팎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잔액 비율과 더불어 실적 전망치 등을 함께 살펴보라는 조언도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은 공매도 잔액 비율 상위 종목 중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1개월 전보다 상향 조정된 기업을 추렸다. 엘앤에프, OCI, 에스엠, 나노신소재, 씨에스윈드 등이 꼽혔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