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의 ABC
박가연 유안타증권 채권상품팀 과장

채권의 신용등급

채권엔 신용등급이 있다. 각 신용등급마다 채권의 수익률이 다르게 설정된다. 채권의 안정성과 수익률은 대체로 반비례 관계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국채일 경우 초저위험 상품으로 채권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회사채에 대비해선 낮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우량 회사채의 금리는 개인 투자지표의 기준이 되는 은행 예금금리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상황이다.
[마켓PRO] 요즘 뜨는 채권투자, 이것만은 꼭 알고 시작하자 (2)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회사채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부도 위험이 있으므로 신용등급을 확인하고 투자하는 것은 필수이다. 신용등급은 채권 발행 기관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표시한 것으로 기업의 부도가능성이다. AAA부터 BBB-까지는 투자등급, BB부터 C등급까지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낮은 신용등급의 채권은 금리는 높지만, 부도위험과 만기 때 원금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

채권의 만기

채권의 만기도 채권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올라가는데, 이는 시장변동성 심화 및 개별 기업 크레딧 이슈 발생 등 투자위험 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만기가 긴 장기채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채권을 투자하여 만기 보유한다면 원금손실 발생 없이 사전에 정해진 현금흐름을 수취할 수 있다. 만약 만기 전에 채권을 매도하는 경우에는 시장상황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하거나 매매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중도 매도의 경우 매도하는 시점의 금리가 매수 시점의 금리보다 높으면 수익이 감소하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낮으면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채권은 주식과 다르게 원하는 시점에 거래가 되지 않을 수도 있어 현금화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자금 운용 계획에 맞춰 투자하는 편이 좋다.

채권의 금리

이제는 일반 투자자들이 조금 낯설어 하는 ‘금리’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은 건실한 중견 기업으로 올해 사옥을 새로 올리려고 한다. 사옥 신축 자금 200억원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는데, 알아보니 현재 시장 금리는 연 5%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은 100억원씩 2회에 걸쳐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마켓PRO] 요즘 뜨는 채권투자, 이것만은 꼭 알고 시작하자 (2)
2022년 1월 3일 ㈜한국은 3년 만기 채권 100억원을 5%에 발행했다. 이 때, 이 채권의 액면 1억원을 산 투자자는 현재 1억원을 ㈜한국에 빌려주고, 3년 동안 연 5%의 이자 즉, 500만원씩을 받은 다음, 3년 후에 원금 1억원을 되돌려 받는다. 이 경우의 5%는 ‘표면이율’ 또는 ‘이표금리’라고 한다. 채권의 원금에 이 ‘표면이율’을 곱한 만큼의 이자액을 연간 현금으로 받게 된다. ‘이표금리’는 채권 발행 시 결정되며, 고정되어 채권 만기가 될 때까지 변경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채권에 1억원을 투자한 사람은 매년 500만원의 현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 ㈜한국이 나머지 1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하기로 한 1월 4일,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날 미국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나 인하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또는 ‘정책금리’는 각 국의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돈을 빌리는 값’이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이 ‘기준금리’를 기초로 ‘시장금리’가 단계별로 매겨진다. 삼성전자 같은 우량 기업에게는 기준금리+1%로, 일반 개인에게는 기준금리+3%로 ‘대출금리’가 시장에서 형성된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인 미국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는 바람에 ‘시장금리’도 덩달아 급락했다. 돈을 빌리는 입장인 ㈜한국에게는 좋은 일이다. 이제 100억원을 ‘표면이율’ 1%의 채권 발행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쉽다. 바로 전 날인 1월3일에 ‘이표금리’ 5%에 100억원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이다. 하루만 늦게 발행했어도, 연간 4억원의 이자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낮아져 100억원이라도 싸게 1%에 구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에 1월 4일 ㈜한국은 나머지 100억원을 ‘이표금리’ 1% 채권으로 조달했다.

그런데, 이 때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긴다. 전날, 즉 1월 3일 발행된 ㈜한국의 채권은 이표금리가 5%이고, 단 하루 차이인 1월 4일 발행된 채권의 표면이율은 1%다. 채권을 발행한 회사도 같고, 빌려준 금액도 같은데, 단 하루 차이에 이자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고? 그렇다면 1월 4일 발행 채권을 산 투자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반대로 1월 3일 채권을 산 사람에게는 연간 400만원을 더 준다니 불공평하지 않은가?

3일 발행된 채권의 ‘이표금리’는 5%고, 4일 발행된 채권의 ‘표면이율’은 1%이다. 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표금리는 채권이 발행되는 그 시점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단 하루 차이로 두 채권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투자수익이 저렇게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조정이 일어난다. 즉, 이미 발행된 채권의 시장가격이 달라진다.
[마켓PRO] 요즘 뜨는 채권투자, 이것만은 꼭 알고 시작하자 (2)
같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하루 차이로 어떤 것은 5% 이자를 주고, 어떤 것은 1%를 준다면 당연히 모두 5% ‘이표금리’의 채권을 원할 것이다. 그래서 시장 금리가 크게 하락한 1월 4일에는 전일 발행된 5% ‘표면이율’ 채권의 가격은 급등한다. 두 채권의 표면이율의 차이 4%를 감안하면, 1억원 투자 시 이표금리 5% 채권이 3년간 400만원을 더 수취할 수 있기 때문에 약 1,200만원(400만원X3년= 1천200만원)만큼 비싸진다.

3일 발행된 5% 채권의 표면이율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신 그 채권의 가격이 상승해서, 투자수익률이 낮아진다. 3일에는 액면 1억원 채권을 현금 1억원으로 살 수 있었다면, 다음 날인 4일에는 1억1,200만원을 줘야 투자할 수 있다. 그래서 이표는 여전히 5%이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1억원에서 1억1,200만원으로 1,200만원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해당 채권의 ‘매수금리’는 4일 발행된 채권의 이표금리 1%와 같아지게 된다. 이런 관계 때문에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올라간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라고들 한다.

요약하자면, ‘이표금리’는 발행될 때 ‘찍혀 나와서’ 변경되지 않는다. 변화하는 것은 ‘시장금리’고, 그 영향을 받아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이 달라진다. 가격이 달라지니 투자수익률이 달라지고, 그래서 채권의 ‘매매수익률’ 또는 ‘매수금리’가 달라진다.

채권 투자를 하다 보면 수많은 ‘금리’라는 어휘를 접하게 되는데, ‘이표금리’만 불변일 뿐, 다른 모든 ‘금리’는 시장에서 계속 변화한다. ‘시장금리’의 변화를 통해 발행시점이 달라 ‘이표금리’가 다른 수많은 채권들은 일관성을 갖춘 가격 체계 안에 정렬된다. 즉, 시장이 형성된다. 너무 어렵다면 이 하나만 기억해도 된다. ‘이표금리’를 제외한 모든 ‘금리’는 곧 채권의 ‘가격’이다.

채권투자시 과세

채권 직접 투자 시 얻는 소득은 이자소득과 채권 가격변동에 의해 발생한 양도차익으로 구분된다. 개인의 경우 채권 보유기간 중의 이자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매매 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채권의 이자소득은 15.4%(소득세 14%, 지방소득세 1.4%)로 원천징수가 이루어진다. 이렇듯 표면금리가 채권 매매수익률보다 낮은 채권에 투자하면 낮은 표면금리에 따른 이자소득만 과세되기 때문에 수익률 대비 과표가 낮아서 절세효과 측면에서 유리하다.
[마켓PRO] 요즘 뜨는 채권투자, 이것만은 꼭 알고 시작하자 (2)
최근 금리 상승으로 가격이 하락한 저쿠폰 채권이 많이 거래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투자자는 저쿠폰채권 매매를 통해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는 좋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