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운반선. /사진=연합뉴스
LNG운반선. /사진=연합뉴스
요즘 조선업계들의 신경전이 뜨겁다. 지난 8월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케이조선 등이 국내 조선업계 1위인 한국조선해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핵심 인력을 부당하게 빼갔다는 이유에서다. LNG 운반선 등 분야의 기술직 등을 직접 접촉하거나 과다한 보수를 제공해 인력을 유인했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인력을 뽑았다고 해명했지만 양측의 설전은 격화되고 있다. 조선업계 전문인력 ‘품귀’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조선업계는 물론 원자력발전 업계에서도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두 번째 르네상스를 맞은 K원전이 인력난에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조선 기술자 '3분의 1' 감소

11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술직 근로자는 7479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1.3%(99명) 줄었다. 시점을 넓혀보면 기술직 근로자들의 감소 폭은 두드러진다. 2013년 2만3095명에 달했지만 2017년 8669명으로 1만명 선을 밑돈 데 이어 꾸준히 감소했다.

기술직이 큰 폭 증발한 것은 조선업계 불황이 장기간 이어진 것과 맞물린다. 2016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1472억원, 1조53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조선업계 부진이 이어졌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조선업계를 등지는 인력이 늘었다.

하지만 최근 LNG 운반선과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부유식 원유 해상 생산설비(FPSO),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하역 설비(FPSO) 등을 중심으로 값비싼 선박들의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저 가스관 ‘노르드스트림2’이 불안해진 결과다. 러시아가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수시로 이 가스관을 여닫으면서 운송 리스크가 불거졌다. 이를 우회하기 위해 LNG 운반선 수주가 늘었다. 한국 조선업계 도크(선박건조공간)에도 이들 LNG 운반선 등이 가득 찼다. 이들 선박의 선가도 사상 최고가 수준까지 치솟는 중이다. 지난 9월 LNG 운반선이 2억4400만달러로 전월 대비 400만달러나 상승했다.

하지만 LNG를 설계하고 연구·개발할 만한 기술직이 급격히 줄면서 조선업계는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설계·엔지니어링 전문인력 양성을 핵심으로 하는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짜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유기업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이 LNG선 30척을 수주할 만한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한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관련 기술직 등의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빛원자력발전소. 사진=한경DB
한빛원자력발전소. 사진=한경DB

원전 인력 2000명 증발

조선업계는 물론 원전 업계도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원전 생태계가 붕괴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원자력산업실태조사를 보면 원자력산업 분야 총 매출액은 2016년 27조4513억원에서 2020년 22조2436억원으로 5조원 넘게 증발했다. 원자력산업체 인력 역시 같은 기간 3만7232명에서 3만5276명으로 2000명 가량 줄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2017~2021년) 한수원을 자발적으로 그만둔 원자력 관련 업무자는 259명으로 집계됐다. 탈원전 정책 직전 5년(2012~2016년) 원자력 관련 업무자 이탈 인력(143명)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원자력 종합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문재인 정부 5년간 61명의 석·박사 연구 인력이 자발적으로 연구원을 떠났다. 이 가운데 56명은 박사급 인재다.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지난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원전업체 3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인력 부족(35.7%)을 경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회사는 “최근 경력직원의 퇴사와 이직이 이어지고 있다”며 “관련 학과 축소 등으로 신입사원 충원도 어려워 상시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