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문정희 KB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켓PRO]영국발 신용위험, 위기의 최고조이자 막바지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불과 1개월 만에 100원 이상 급등했다. 현재 환율은 1430원대로 지난 2009년 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이다. 이렇게 환율이 급등한 배경은 대내외 불안심리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장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는 점과 새롭게 영국 국채 가격의 급락으로 파운드화가 거의 폭락했다는 점이다.

국내 내부적으로는 무역수지의 적자 지속과 경상수지 적자 우려, 그리고 최근에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이 다시 불거졌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영국 국채 금리의 급등이다. 9월 하순 영국의 새 정부는 세금 감면 등을 포함하여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존슨 총리가 사임하고 리즈 트러스 당수가 신임 총리로 임명되었으며, 영국 재무장관은 약 600억 파운드 (미화 700억 달러)의 대규모 감세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영국 재정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과 물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영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상반되는 양상이다. 한쪽에서는 돈을 풀고, 반대쪽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

영국 국채인 길트 금리는 불과 수일 만에 150bp 가까이 급등했다. 이 정도 금리 상승은 사실 국채에 대한 시장의 대규모 매도라고 평가된다. 시장은 영국 국채를 신뢰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대규모 국채 매도는 영국 증시뿐만 아니라 영국 파운드화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파운드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1.16달러에서 1.03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는 역사상 최저 수준의 환율이다.
[마켓PRO]영국발 신용위험, 위기의 최고조이자 막바지일 수 있다
영국 국채 금리의 급등으로 국채에 대한 변동성이 확대되고,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영국발 국채 위험, 즉 소버린 리스크 (sovereign risk)로 간주했다. 소버린 리스크는 과거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S&P의 미국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이후 11년 만이다. 이전에는 경상 및 재정 등 국가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 위주로 소버린 리스크가 점검되곤 했다. 또한, 소버린 리스크는 신용 위험 (credit risk), 그리고 시스템 위험 (system risk) 등의 단어로 이어진다.

영국 국채의 위험이 불거졌다는 점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었다는 점이다. 영국 길트 금리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지 못한다면 영국 국채에 이어 민간 부채, 그리고 영국과 연관있는 유로지역 국채 및 민간 채권까지 전염될 수 있다. 영국과 유로, 그리고 선진 시장의 신용 위험과 시스템 위험이 계속 점검될 수 밖에 없다.

둘째는 과거 경험으로 국채 위험은 위기의 마지막일 수 있다. 만약 국채 위험이 금융위기로 확산될 경우 시장 충격은 상당히 크며, 전세계적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 공조로 대응해왔다. 현재 미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으나, 영국에 이어 유로, 미국 금융시장까지 충격이 이어질 경우 물가안정보다 시장안정이 우선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 충격은 곧 자산 및 경제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며,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 충격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영국발 소버린 리스크가 불거졌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그만큼 시장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과거 경험적으로 소버린 리스크는 금융시장 위험의 최고조이자 막바지에 점검되어 왔다. 10월은 영국발 소버린 리스크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나, 소버린 리스크가 지나면 시장은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