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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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글로벌 증시는 뚜렷한 상승 동력 부재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강달러 및 국채금리 상승, 유럽 경기침체 우려 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다. 국내 증시는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증가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 매수주체 사라진 국내 증시

전일 막판 급반등을 했던 국내 증시는 28일 미국 증시 부진 및 유럽 노드스트림 사고 리스크로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마이크론 급등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반등 가능성이 높아 하락 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현재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문제는 달러 강세, 금리 상승, 매수 주체 부재"라며 "미국 금리 상승이 둔화되고 달러가 약해져야 강한 반등이 가능한데 개인투자자들이 손절매를 하며 시장을 떠나고 있는 데다 외국인, 기관은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어 시장 체력이 매우 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급락장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신용 반대매매 등으로 변동성 확대는 몇일 더 이어지겠지만 PBR 0.86배까지 하락한 구간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는 전략보다는 포트폴리오 재편 및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증시의 패닉셀링이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금리 상승에 대한 민감도가 큰 상태이기에 주가 변동성 자체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일 반도체 업황 바닥 인식에 따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강세(+1.0%)에 힘입어 관련종목이 주가 복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가 장 초반 강세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지만, 노드스트림 폭발에 따른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 소식은 유럽발 경기침체 이슈를 자극하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이라며 "다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425.50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3원 상승 출발, 코스피는 0.5% 내외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국내 증시 주가 급락에 반대매매 증가 우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면서 빚을 내 투자했던 계좌의 반대매매 물량이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5개 증권사의 담보부족계좌 수는 1만5779개로, 이달 초(5336개)의 3배에 육박했다. 담보 부족에 직면한 개인투자자들은 기한 내에 돈을 더 채워 넣지 못하면 반대매매에 놓이게 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통상적으로 해당 계좌에서 담보 유지비율(통상 140%)을 충족시키지 못할 시 2거래일 뒤 반대매매가 나간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금일에도 반대매매 관련 물량이 수급 변동성을 확대시킬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힘빠진 美 증시...유가는 2% 상승

미국 증시는 최근 크게 하락한 데 따른 반발 매수세로 상승 출발했으나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혼조세로 끝났다. 27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125.82포인트(0.43%) 하락한 2만9134.99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7.75포인트(0.21%) 떨어진 3647.29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6.58포인트(0.25%) 반등한 1만829.50으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에서 24.3%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역대 최고치에서 21.2%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영국 금융시장 불안과 그에 따른 환율과 금리 움직임, 중앙은행(연Fed)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주시했다. 특히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에 다시 바짝 다가서면서 시장의 불안은 강화됐다.

영국의 금리 급등세도 장기물을 중심으로 강화됐다.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를 돌파하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이날 영국의 최근 경제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는 허리케인 이언(Ian)이 북상하면서 멕시코만 일대 원유 생산업체들의 가동 중단 영향으로 상승했다.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79달러(2.33%) 오른 배럴당 7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3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등하던 목재 가격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목재 선물이 전날 보드풋(두께 1인치에 길이와 폭이 1피트인 널빤지 부피)당 410.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분의 1가량 낮아진 가격으로 정점을 찍었던 지난 3월과 비교하면 70% 이상 급락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글로벌 증시 하락세에도 2만 달러(약 2850만원)선을 회복했다.

■ 불안한 유럽+미중 갈등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발트해 해저관 3개에서 하루 새 연이어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로이터, 타스 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는 이날 노르트스트림의 3개 해저관에서 연이어 손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점검을 위해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으나, 점검 완료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돌연 누출을 발견했다면서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한 바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러시아와 서방은 단순 사고가 아닐 것이라며 상대방을 겨냥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4곳에서 27일(현지시간)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된 것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사기"라고 규탄했고 유럽연합(EU)은 투표 관련자들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중국이 소셜 미디어의 가짜 계정으로 미국 국내 정치에 대한 개입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가짜 계정들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메타가 미국 국내 정치에 대한 중국의 개입 시도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 와중에...대우조선 품는 한화 재무구조 괜찮을까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섬에 따라 한화그룹의 자금조달 계획과 재무상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려던 한화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대우조선의 재무건전성이 워낙 악화된 상황인데다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한화그룹의 투자계획도 산적해 있어 일부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유상증자 방식으로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천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천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천억원) 등 총 6곳이 참여한다.

2008년 한화그룹이 처음 대우조선을 인수하려했을 때 6조원에 이르던 몸값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만큼 인수대금 마련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입에는 현재의 고금리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고 해도 부실 늪에 빠진 대우조선의 정상화까지 만만찮은 숙제가 남는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 그리고 고금리 여파로 계획보다 투자 비용이 급증하면서 재무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