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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경기 둔화→추심업무 증가→실적증가?
꼭 일치하진 않아…일종의 '밈스톡'돼
[마켓PRO]코스피 25% 빠지는 동안 45% 급등한 고려신용정보, 비결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고려신용정보의 주가가 급등 중입니다. 빚을 못 갚는 사람이 늘어나며 채권추심 일감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고려신용정보의 일감이 실제로 늘어나는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또 일감이 늘어나는 만큼 그대로 실적이 늘어나는 구조도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한경 마켓PRO가 고려신용정보 투자 포인트를 짚어봤습니다.

○정부 정책·추심 회수율 따져봐야

고려신용정보는 채권 추심 전문 회사입니다. 매출에서 채권 추심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나 됩니다. 채권 추심이란 채권자 대신 빚을 회수하는 일을 말합니다. 고려신용정보가 1억원의 채권 추심을 위임받아 전액 회수할 경우 보통 그중 20%(2000만원)가 매출로 잡힙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절반을 채권 추심 담당자에게 떼 주기 때문에 실제 영업이익으로 잡히는 건 10%(1000만원)가량입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고려신용정보의 주가도 고공행진 중입니다. 빚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면서 고려신용정보의 일감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고려신용정보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45% 급등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5%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입니다.
[마켓PRO]코스피 25% 빠지는 동안 45% 급등한 고려신용정보, 비결은?
그러나 시장에선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꼭 채권추심업무가 늘어나는 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일단 정부 정책이 중요합니다. 27일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사실상 연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대 3년까지 빚을 갚을 필요가 없게 됩니다. 원래라면 9월 해당 조치가 만료돼 회수가 멈춰 있던 부실 채권이 채권 추심 시장으로 나온다는, 즉 고려신용정보의 일감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런 기대감은 상당 부분 현실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하반기 들어 고려신용정보의 일감이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일감이 늘어난다고 해서 꼭 매출 증가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그만큼 빚 갚을 여력이 줄어들어 회수율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회수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매출도 줄어듭니다. 따라서 실적 측면으로 봤을 때 경기 사이클 상승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가장 좋습니다. 경기 불황기에 쌓아둔 일거리들이 경기회복기에 빚 갚을 여력이 커지면서 높은 회수율로 회수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켓PRO]코스피 25% 빠지는 동안 45% 급등한 고려신용정보, 비결은?
그래서 일각에선 최근 고려신용정보의 주가 급등을 두고 '밈스톡(유행하는 주식)'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펀더멘털 상 변화가 당장 잡히는 것도 없고 성장 가능성에 대한 가시성도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고려신용정보는 무리해서 빚 내서 투자하거나 집 산 사람들이 금리 인상에 추심당할 수 있다는 투자아이디어 하나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본다"며 "밈스톡과 비슷하지만 내러티브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시장에서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점유율 높여가며 성장 지속…배당성향도 높아

다만 길게 보면 고려신용정보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채권추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계속해서 높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작년 말 기준 시장점유율 약 17.2%). 실제 최근 3년 간 영업이익을 보면, 2019년(81억원), 2020년(105억원), 2021년(131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2013년 이후 고려신용정보는 매년 주당배당금(DPS)을 늘려왔습니다. 작년 DPS는 300원으로 배당성향은 42%였습니다. 금융주의 경우 보통 배당매력을 높게 평가받지만, 경기가 둔화되면 크레딧 리스크가 대두되며 주가가 크게 타격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배당을 잘 줘 봐야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소용이 없게 된단 뜻입니다. 반면 고려신용정보의 경우 경기 둔화시 수주가 증가할 것이란 내러티브로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입니다. 때문에 금융주 내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고려신용정보 프로필(9월26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1만2450원
PER(최근 EPS 기준): 18.07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없음
적정주가: 없음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