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기업 외화 빚이 200조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불어난 이자 비용과 만기 연장(롤오버) 위험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연 4%대까지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외화 빚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환율 1400원 넘어가자…기업들 '210조 외화 빚'에 비명
25일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 합계는 1491억1070만달러(약 210조970억원)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38억6860만달러 늘어난 것은 물론 역대 최대치다. 대외채무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달러·유로화를 비롯한 외화 빚(외화차입금 외화사채 유전스 등)을 말한다. 대외채무는 2019년 말 1125억9240만달러에서 2020년 말 1234억5070만달러로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외화부채를 세부적으로 보면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외화부채는 191억6520만달러, 1년을 초과하는 장기 외화부채는 1299억4550만달러에 달했다.

외화부채는 뜀박질하는 환율과 맞물려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0전 내린 달러당 1409원30전에 마감했다. 최근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소폭 내리긴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후 13년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Fed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4%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환율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기업별 외화부채 규모는 SK하이닉스(25조4352억원) SK이노베이션(13조6503억원) LG에너지솔루션(9조3642억원) 대한항공(6조7623억원) 등이 컸다. 환율 급등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이들 기업의 외화차입금 원금과 이자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항공기를 들여오면서 막대한 외화차입금을 조달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각각 350억원, 284억원가량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유전스 등 단기차입금은 롤오버 리스크도 커진다.

여기에 원자재를 사들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리튬 등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제작하는 배터리업계와 나프타를 비롯한 원재료를 수입하는 석유화학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삼성SDI가 들여오는 배터리 양극재 소재(양극활물질) 가격은 올 상반기 ㎏당 평균 41.83달러로 작년 평균(26.36달러)보다 58.7% 치솟았다. LG화학이 들여오는 나프타 수입 가격은 올 상반기 t당 평균 876달러로 작년 평균(645달러)에 비해 35.8% 뛰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