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고삐 풀린 금리…2년물 4.17%, “파월은 침체온다 말한 것”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여파가 뉴욕 금융시장에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높게 제시된 점도표로 인해 22일(미 동부시간)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졌습니다. 다행인 건 무질서한 패닉이 발생한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침부터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치솟았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20bp가량 폭등한 3.712%까지 올랐고, 2년물 수익률도 4.169%까지 상승했습니다. 각각 2011년, 2007년 이후 최고입니다. 10년물은 6월 이후 하루 최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오후 들어 소폭 상승 폭을 되돌리면서 3시 40분께 10년물은 전날보다 17bp 급등한 3.701%, 2년물은 8.7bp 오른 4.127%를 기록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고삐 풀린 금리…2년물 4.17%, “파월은 침체온다 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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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이 강하게 긴축하고 있는 데다, 오늘 영국(50bp) 스위스(75bp) 노르웨이(50bp) 등 각국이 Fed에 이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도 금리 상승의 배경입니다. 스위스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75bp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은행은 예상대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했습니다. 그리고 엔화가 급락하자 전격적으로 환시장에 개입했습니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45.89엔까지 떨어졌지만, 일본은행 개입으로 140엔까지 내려서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환시장에 들어간 것은 1998년 6월 17일 이후 약 24년 3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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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본이 환시장 개입을 위한 탄약 조달을 위해 미 국채(1조1700억 달러 보유)를 팔 수 있다는 관측에 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가속화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OMC를 앞두고 수익률 곡선 평탄화(단기 금리 상승, 장기 금리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전날 가격이 오른 장기 국채를 오늘 아침 매각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오늘 금리 급등에는 이런 패스트머니의 매매도 작용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에 발표된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21만3000건으로 나왔습니다. 전주 수치가 21만3000건에서 20만8000건으로 하향 조정되는 바람에 전주보다 5000건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주 이상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계속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2만2000건이나 감소한 137만90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노동시장이 매우 뜨거운 것이죠.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연평균 21만8000건보다 적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은 "청구 건수가 9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이는 노동시장이 극도로 빡빡하다는 뜻이며 Fed는 아직 할 일이 많다는 얘기"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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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세로 출발했지만 금세 힘을 잃었습니다. 다우는 한때 30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72% 넘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35%, S&P500 지수는 0.84% 내렸고 나스닥은 1.37%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3757.99포인트로 6월 저점(3636)보다 10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금리 상승에 민감한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알파벳 메타 마이크론 엔비디아 인텔 델 등 나스닥 구성 종목의 13%가 52주 신저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 6월 저점 이후 최고치입니다. 페덱스 다우 3M 나이키 비자 타이슨푸드 젯블루 사우스웨스트에어 등 경기 민감 주도 52주 신저가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전날 FOMC에 대한 월가 평가는 일치합니다. 매파적이라는 것이죠.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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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점도표를 보면 11월 75bp 인상이 기준선임을 시사하는 데 이는 기대보다 매파적이라고 봤습니다. 또 경제전망(SEP)에서 최고 실업률을 내년 4.4%로 제시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되면 계속 금리를 올릴 의향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도 네 가지 점에서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① 최근 경제 데이터에 대한 설명은 지금까지의 진전보다는 과열을 되돌리기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식으로 말한 점 ② 일부 고무적인 소식, 특히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하락을 과소평가한 점 ③긴축 속도를 늦추기 위해 뭘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난 7월보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해야 한다는 걸 더 강조한 점 ④ 이전엔 경기 침체가 아닌 추세 이하 성장을 목표한다고 했지만, 이번엔 침체가 올지 모른다고 밝힌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기준금리 경로는 점도표보다 두 가지에 달려있다고 봤습니다. 첫 번째는 성장, 고용,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빨리 둔화할지입니다. 골드만은 뜨거운 노동시장과 임금 상승 등 가계 소득의 증가 추세를 볼 때 Fed가 금리 인상을 일찍 중단할 가능성보다 궁극적으로 더 높은 최종금리가 필요할 위험이 더 크다고 봤습니다. 두 번째는 FOMC 위원들이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데 만족할지 여부인데, 이들은 높은 물가를 반영해 추가로 금리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금리를 높일수록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고, 이를 막기 위해 결국 일부 완화, 즉 금리 인하가 필요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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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침체에 대한 걱정이 가득합니다. BNY멜런 자산운용의 빈센트 라인하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뉴욕 Fed 출신)는 "Fed는 경제전망에서 실업률을 4.4%로 제시했는데(현재 3.7%) 과거 경기 침체 없이 실업률이 0.5%포인트 이상 상승한 적이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금리 인상 여파에 오늘 모기지 금리는 6.29%로 2008년 이후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전날 제롬 파월 의장은 "주택 시장은 조정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라인하르트는 "경기 침체 없이 주택 시장이 조정을 받은 적이 있다면 말해달라"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가 공식적으로 침체가 올 것이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 그들은 그렇게 한 적이 없고, 그렇게 말하는 Fed 관료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블랙록의 장 보뱅 연구소장은 "Fed는 여전히 비현실적 예측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경제전망을 통해 4분기 성장률이 올해 0.2%에서 내년 1.2%로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춘다는 건 성장률에 2%포인트 타격을 주고 300만 명의 실직을 의미한다. 실업률은 5%를 넘을 것이다. 그런데 Fed는 실업률도 4.4%로 조금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 전략가는 더는 심각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마일드한 침체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Fed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침체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러너는 향후 6~12개월 동안 경기 침체 가능성을 50%로 예측하지만 금리가 더 높게, 더 오래 유지할수록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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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8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3% 내린 116.2를 기록했습니다. 6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예상은 -0.1%였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경기선행지수가 여섯 달째 하락한 것은 잠재적 경기 침체를 시사한다"라며 몇 분기 안에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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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역사를 보면 Fed가 긴축을 통해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킬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1955년 이래 12번의 금리 인상 주기(3회 이상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진 경우)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9번은 경기 침체로 이어졌고, 세 번 만 침체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통상 첫 번째 금리 인상 후 첫해는 경제가 좋았지만 1년 차가 지나면 둔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앙값으로 25개월 뒤에 침체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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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지난 3월 "연착륙은 어렵지만 좁은 길이 있다"라며 Fed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경기 침체를 피했던 사례로 1965년, 1984년, 1994년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파이퍼 샌들러에 따르면 파월 의장이 언급한 1965년은 금리를 인상하긴 했어도 최종금리(긴축 주기에서 가장 높았던 기준금리 수준)가 2.25%에 그쳐 중립 금리 이하에 머물렀었습니다. 금리가 경기를 크게 둔화시키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또 1984년은 1985~1986년 기준금리를 인하해 침체를 피한 경우입니다. 진정으로 침체를 피한 것은 한 번(1994년)에 불과합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1961년 이후 Fed가 중립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높였던 모든 경우에서 침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심지어 1969년에는 중립 이하로 높였는데도 침체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캐피털 그룹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주식 시장은 그 이후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찍기 6~7개월 전 바닥을 만듭니다. 트루이스트의 러너 전략가는 "침체가 오면 그 전에 주식이 바닥을 찍는 일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설립자는 "Fed는 물가가 하락할 때까지 통화 정책을 계속 긴축할 것이고 그 결과 2023년이나 2024년에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다"라며 "주식과 채권은 좀 더 하락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샤 샬럿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가 더 높아지면 이는 더 낮은 주가수익비율(P/E)과 일치한다. 그런데 지금 주식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P/E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0%에서 3%로 상승하며 P/E가 일부 축소됐지만, 여전히 높다. S&P500 지수 3800은 17배 약간 밑이다. 게다가 분모인 기업 이익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익이 줄어들면 P/E는 17.5~18배가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시장은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0년 10년물 금리가 3.5%를 넘었을 때 P/E는 13배 수준이었습니다.

샬럿 CIO가 지적하듯이 시장 관심은 3분기 어닝시즌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14일 JP모건의 발표로 시작됩니다.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전략가는 "3분기 어닝 시즌이 경기 둔화로 인해 기업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시기가 될지 관심이 크다"라며 "우리는 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로 가는 시기의 초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페덱스의 실적 가이던스 하향 수정은 '탄광의 카나리아'라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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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에도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S&P500 기업의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 이상 늘었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할까요? 현재 월가는 3분기 S&P500 기업의 이익은 5% 성장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손더스 전략가는 "2분기도 그렇고 3분기도 에너지 업종을 제외하면 이익 증가율은 -2%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이익 추정치는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3분기 추정치는 6월 고점보다 11% 이상 낮아졌습니다.

지금 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플레이션이겠지요. 찰스 슈왑은 밸류에이션이 인플레이션의 벽에 부딪힐 것으로 봤습니다. 과거 CPI가 지금처럼 6~8% 사이일 경우 평균 P/E는 11.7배에 불과했습니다. CPI가 높을수록 P/E가 낮고, CPI가 0~2% 사이일 때 가장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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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플레이션이 빨리 잠잠해지면 긴축부터 기업 이익 감소까지 모든 문제가 해소될 것입니다. 월가의 강세론자들이 여전히 믿는 것입니다. 스티펠의 베리 배니스터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좋은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나올 것이고 11월 2일, 12월 14일 FOMC 회의는 더 매파적일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노동시장도 냉각되기 시작하는 등 Fed는 이미 충분히 긴축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10년물 국채의 실질 금리는 1년 전 -1.2%에서 현재 1.3%로 높아졌다. 이는 S&P500 지수의 1000포인트 하락을 완전히 설명한다. 이제 시장은 합리적 배수가 됐고 Fed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으며 CP와,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의 3개월 이동평균은 이미 내려가고 있다. Fed는 긴축이 상당한 시차와 함께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받아들이고 다음 회의에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도 CNBC에 출연해 "많은 선행지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개선되기 시작하면 시장은 Fed의 지금까지의 긴축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기 시작할 것이다. 위험자산은 랠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3분기 어닝 시즌과 관련,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기술기업들의 마진이 확대된 것에 놀랄 수 있다. 이는 기술 부문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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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표된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의 투자자 조사에서 향후 6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약세 심리는 60.9%를 기록했습니다. 60%를 넘은 건 1987년 조사 시작 이래로 이번까지 다섯 번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증시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겁니다. 이와 관련, 칼슨그룹의 라이언 디트릭 전략가는 "과거 AAII의 투자자 심리가 이렇게 부정적일 때 투자하면 향후 12개월 뒤 모든 경우에 돈을 벌었고 평균 수익률은 33%에 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역발상 투자에 좋은 지표라는 얘기입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S&P500 지수가 주가가 극도로 과매도 된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50일 이동평균선과의 차이가 2 표준편차 수준까지 낮아진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는 반등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고삐 풀린 금리…2년물 4.17%, “파월은 침체온다 말한 것”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