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인 WCP가 일반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반면 알피바이오는 3조원의 증거금을 모으며 선방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WCP의 일반청약 최종 경쟁률은 7.3 대 1로 집계됐다. 약 6만8000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청약금의 절반을 미리 납부하는 증거금은 약 3900억원이다.

WCP가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 방식으로 상장해 일반투자자에게 풋백옵션(환매청구권)까지 부여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았다. 풋백옵션은 상장 이후 3개월 내에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경우 주관사에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앞서 시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33 대 1에 그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수요예측 이후 공모가를 희망 가격 하단보다 25% 낮은 6만원으로 내리고 구주매출 비중도 2.4%로 줄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연질캡슐 제조업체 알피바이오는 일반청약 경쟁률이 1518 대 1에 달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약 18만5000건의 주문이 들어왔다. 청약증거금은 약 3조원이 몰렸다. 알피바이오는 앞선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이 1357 대 1에 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알피바이오는 다른 바이오 IPO기업과 달리 매년 흑자를 내는 업체다. 올 상반기에 매출 681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올렸다.

올해 IPO 시장에서 2차전지는 승승장구하고, 바이오는 참패하는 대표 업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식이 깨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증시 침체가 계속되자 업종뿐 아니라 개별 기업의 실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WCP의 공모가가 알피바이오보다 4~5배 높았던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WCP는 오는 30일, 알피바이오는 29일 각각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