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인터뷰

"주도 섹터에서 대장주 담아야…지수 하락 숏포지션도 같이"
"OLED와 폐배터리 업종 긍정적…주도주 찾아야"
[마켓PRO] "요즘 증시 '분산투자'보단 주도 섹터 '몰빵' 필요한 때"
"요즘 같은 급락장에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몰빵 투자' 전략이 필요할 때입니다. 다양한 섹터에서 분산 투자하는 것보단 테마 한 곳에서 주요 종목들을 담았을 때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패밀리 오피스를 운영 중인 한 투자자문사 A대표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A대표는 작년에 투자했던 국내외 상장 기업을 비롯해 비상장사,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손해를 보고 있지만, 주도주 섹터 투자만큼은 수익을 내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고금리·고환율·인플레이션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투자 환경은 특히나 더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넘어, 1%포인트 인상인 '울트라스텝'까지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식은 물론 경기 둔화 우려로 채권 가격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모든 자산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A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 증시가 약세장과 조정 기간을 거칠 것으로 봤다. 그는 "모든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지만, 갈수록 (전쟁에 따른) 상황만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요즘 같은 장에선 분산투자 전략도 먹히질 않는다고 조언한다. 분산투자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얘기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가 엎지르면 모두 다 깨지기 쉬운 것처럼 주식, 부동산, 채권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에 고루 나눠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장의 상황에도 잘 대응하며 안정된 수익을 시현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모든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분산투자는 결국 다방면에서 손실을 키우는 전략일 뿐이라고 A대표는 주장한다. 그는 3중고로 인해 자산가격이 모두 떨어질 때는 주도 섹터 투자 전략만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최근 주가가 급등한 이른바 '태조 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전)에서도 한 섹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방산 섹터 한 곳에서만 주요 종목들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주요 종목이란 시가총액이 크거나 테마를 이끄는 주도주를 말한다. 나아가 안전장치로 파생상품 거래에서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숏포지션도 일부 가져가는 것도 수익률 방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A대표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주도 섹터를 잘 선정해 길게 들고 가는 '롱'전략으로 가야 한다"면서 "여러 섹터에서 다양한 종목이 아닌, 뜨는 섹터에서 알짜 종목 하나만 가져가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도 섹터는 하락장 속에서도 꾸준히 상승하는 경향이 짙은데, 만약 분산투자로 최대 20%의 수익을 챙긴다면 주도 섹터 하나로 이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면서 "매도 시점은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다가 10~20%가량 고꾸라졌을 때"라고 말했다. A씨는 지수가 빠지더라도 장기적으로 주도 섹터의 하락률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주도 섹터를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거시 경제부터 정책, 산업 분석까지 투자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A씨는 만약 주도 섹터를 찾게 되면 대장주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주가수익비율(PER), 실적 등 투자지표를 토대로 상위권 순으로 종목을 나열하면 투자 가치가 있는 기업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A대표는 "태조 이방원 업종에서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태양광 업종만 봐도 태양광 제품에 꼭 필요한 폴리실리콘(원자재), 제품, 발전 등의 분야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OLED와 폐배터리 업종을 중심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세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투자를 결정한 것과 폐배터리 업종이 과거 10년 전 전기차 업종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A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투자 계획은 침체돼 있던 OLED 시장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삼성디스플레이 설비 투자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OLED 관련 섹터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폐배터리의 경우 향후 5년 뒤의 업황까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인데, 아직 발굴되지 않은 종목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독 국내 주식시장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A대표: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과 달리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바닥 밑에 지하가 있는 거 같아, 일부 종목은 주가가 바닥을 형성했음에도 더 빠지는 경향이 있어.

▷기자: 유독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가 더 빠지는 이유가 뭘까?

▶A대표: 대기자금이 없기 때문이지, 여기서 대기자금은 공드펀드, 퇴직연금 등의 자금을 말하는거야. 금리 인상 등의 대내외 이유로 외국인이나 기관들의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저가 매력이 넘치는 종목에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돈이 시장에서 없는거지.

▷기자: 그래도 이번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행은 긍정적이지 않아?

▶A대표: 그나마 다행이야, 주식시장에 자금이 조금이라도 흘러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국민연금도 국내 주식시장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힌 만큼 국내 주식시장 투자는 점차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어, 국민연금을 따라서 다른 연기금도 비중을 축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공모자금 등의 대기자금들이 주식시장에서 원활하게 돌아야 시장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어. 나아가 공모펀드 투자자들은 싼 가격으로 종목을 담아 수익을 낼 수 있지.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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