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사진=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목전까지 치솟자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사상 처음 외화 빚이 200조원을 넘어선 기업들은 불어난 이자비용과 재조달(차환) 위험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에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넘어 ‘울트라 스텝’(1.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만큼 기업들도 외화 조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4일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 합계는 1491억1070만달러(207조7100억원)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38억6860만달러 늘어난 것은 물론 역대 최대치다. 대외채무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달러·유로화를 비롯한 외화 빚(외화차입금 외화사채 유전스 등)을 말한다. 대외채무는 2019년 말 1125억9240만달러에서 2020년 말 1212억7310만달러로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외화부채를 세부적으로 보면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외화부채는 191억6520만달러, 1년을 초과하는 장기 외화부채는 1299억4550만달러에 달했다.

외화부채는 뜀박질하는 환율과 맞물려 기업의 비용 부담을 불릴 전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40전 오른 1393원으로 출발했다. 지난 7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88원 40전)을 3거래일 만에 넘어섰다.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환율이 145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기업별 외화부채 규모는 SK하이닉스(25조4352억원) SK이노베이션(13조6503억원) LG에너지솔루션(9조3642억원) 대한항공(6조7623억원) 등이 컸다.

환율이 뜀박질하면서 원화로 환산한 외화차입금의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항공기를 들여오면서 막대한 외화차입금을 조달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가량 오르면 각각 350억원, 284억원가량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유전스 등 단기차입금은 롤오버(만기 연장) 리스크도 커진다.

여기에 원자재를 사들여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불어날 전망이다. 리튬 등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제작하는 배터리 업계와 나프타를 비롯한 원재료를 수입하는 석유화학 업계의 부담이 특히 두드러질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