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넷플릭스가 오는 11월께 광고형 저가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넷플릭스가 오는 11월께 광고형 저가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수 년간 미국 기술주의 랠리를 주도한 것은 '팡(FAANG)'이었다. 팡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알파벳)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펼치자 기술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FAANG도 예외는 아니었다. 타격이 컸다.

투자자들은 '차세대 FAANG'을 찾고 있다. 에너지 위기 속에 차세대 FAANG은 에너지주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신재생에너지 트렌드 속에서 수 년간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가 정체됐다. 이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수 년간 에너지주의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논리다.

야후파이낸스는 "팡(FAANG) 대신 마타나(MATANA)"가 새로운 주도주가 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마타나는 팡에서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를 빼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테슬라, 엔비디아를 추가한 신조어다. MS는 미국 기술기업의 상징같은 존재다. 테슬라는 미국의 간판 전기차업체이고,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다. 모두 신생기업이 아닌 ‘업계의 리더’들로 꼽힌다.

페이스북의 성장 둔화는 그리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올들어 화두가 된 넷플릭스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골드만삭스도 'FAANG' 가운데 넷플릭스만은 팔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말 넷플릭스의 목표주가를 주당 186달러로 제시했다. 7일(현지시간) 기준 넷플릭스 주가(228.96달러)에서 20% 가까이 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넷플릭스 주가는 연초에 비해선 62% 추락했다. 이미 60% 이상 떨어졌는데 20% 추가 하락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 셈이다.

1분기 충격적인 가입자수 전망을 내놓은 넷플릭스는 2분기엔 다소 선전했다는 평가다. 2분기 글로벌 구독자수는 약 100만명 감소했다. 당초 회사가 예상한 200만명 감소보다 선방한 결과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시장은 이런 수치 너머를 보고 있다"고 했다. "암호 공유 단속과 광고 요금제 등 두 가지 전략적인 이니셔티브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낙관하지만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영 능력을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혁신의 아이콘'이란 수식어가 줄곧 따라붙었던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홀먼 젠킨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는 최근 칼럼에서 "격화한 스트리밍 전쟁에서 아무도 더 이상 넷플릭스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여기엔 넷플릭스도 포함된다. (최근 급락한) 주가가 이를 보여준다"고 썼다.

최근 디즈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자수는 넷플릭스를 추월했다. 월트디즈니의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 ESPN 플러스의 분기 말 기준 구독자는 2억2110만 명으로 집계됐다. 넷플렉스가 밝힌 구독자 2억2070만 명보다 많은 수치다. 넷플릭스가 위기감을 느낄 만하다.

넷플릭스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문화마저 바꾸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자유와 책임'이란 부제가 붙은 넷플릭스의 기존 기업문화를 담은 메모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있다. '넷플릭스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 그게 바로 넷플릭스의 문화다'가 이 메모의 핵심이다.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보장해주고 재능을 마음껏 펼치도록 하는 대신 책임을 묻는다. 예컨데 근태, 휴가 규정이 따로 없고 확인도 안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1분기 어닝쇼크 이후 넷플릭스는 이 메모 내용을 바꿨다. 자유보다는 책임을 강조하기로 했다. 이제 규칙이 생겼다. 이 규칙은 과연 통할까.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꾸준히 콘텐츠에 집중한다면 진흙탕 싸움에서 살아남아 최종 승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젠킨스 칼럼니스트는 "최근 전쟁에 뛰어든 일부 사업자들이 후퇴하고,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다각화하지 않은 넷플릭스에 여전히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너브라더스가 거의 다 만들어놓은 영화 '배트걸'의 폐기 결정을 내렸고, 경쟁사들이 묶음상품, 광고상품 등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는 등 서비스의 본질에서 벗어나 수익성만을 쫓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