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을 ‘기타법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행동주의펀드는 한진칼을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였던 강성부 대표의 KCGI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강성부 펀드,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노리나

기타법인이 집중 매수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동안 기타법인이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5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하면 기타법인으로 분류된다. 인수금융을 활용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주식을 사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주로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매입을 나타내는 ‘사모펀드’도 1주일 동안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1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주가도 급등세다. 기타법인의 공격적인 매수가 있었던 지난 7거래일 동안 38% 이상 급등했다. 주가는 지난달 26일 9만97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이날 13만7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횡령으로 인한 거래정지 직전 주가(14만2700원)를 거의 회복했다.

중국 정부의 임플란트 대량 구매 정책과 상반기 호실적 등 호재도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기타법인의 매수를 주가 급등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연기금은 186억원, 개인은 942억원어치를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만 2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강성부 펀드 매입 나섰나

해당 기타법인은 ‘강성부 펀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국내에서 이 정도 규모로 공격적인 지분 매입에 나설 수 있는 건 강성부 펀드가 유일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행동주의 전문가는 “한진칼 투자를 통해 꽤 높은 수익을 올린 강성부 펀드의 기존 출자자(LP)들이 이번 투자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회사 측은 “소액주주의 주식 매입 현황까지 다 파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현 상황은 2018년 강성부 펀드가 지분을 매집할 당시의 한진칼과 비슷하다. 두 회사 모두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다. 한진칼은 당시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공분을 사고 있었다. 오스템임플란트도 지난해 말 2215억원에 이르는 직원의 횡령 사건이 불거지면서 4개월 이상 주식 거래가 중지되는 등 취약한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이후 회사 측이 감사위원회 설치 등을 약속하며 상장폐지 위기는 피했지만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점도 닮은꼴이다. 2018년 당시 한진칼은 최대주주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이 28.05%에 불과했다. KCGI는 약 1300억원을 들여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후 지분율을 17.41%(지난 3월 말 기준)까지 늘리면서 경영권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초 지분 대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며 상당한 차익을 얻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배구조는 더 취약하다.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0.64%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7.18%, KB자산운용과 국민연금이 각각 5.04%를 보유하고 있다. KCGI가 7%대의 지분율만 확보해도 단숨에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