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향후 증시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경기 순환주보다 방어주로 피신하라는 조언이 늘고 있다.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의 스캇 래드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일(현지시간) 새 투자노트에서 “지금은 나쁜 경제 뉴스가 그냥 나쁜 뉴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종전까지 나쁜 뉴스는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으나 앞으로는 이걸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래드너 CIO는 “과거 나쁜 뉴스는 ‘Fed 피봇’(Fed의 정책 기조 전환)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었지만 Fed는 최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경제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쁜 뉴스는 침체 위험만 높이고 기업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한 마디로 말해 ‘Fed 풋’(Fed의 부양책)은 죽었다”고 단언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작년까지 급등세를 타다 올들어 약세를 보여왔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작년까지 급등세를 타다 올들어 약세를 보여왔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프라이빗뱅크의 크리스 하이지 CIO는 “Fed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꺾었다”며 이제 방어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현금흐름이 좋고 가격 결정력이 높으며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종목을 고르라는 것이다.

하이지 CIO는 “장기적으로 보면 증시는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6~9개월간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석좌교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미국의 침체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폴 볼커식의 접근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당시 실업률은 10%까지 뛰었다”고 경고했다.

로치 교수는 “인플레이션 때문엔 소비자들이 곧 항복 선언을 할 것”이라며 “지값을 닫고 고용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경제 역시 2024년까지 침체를 맞을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