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예고됐는데…채권시장 '발작' 이유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올린 지난 25일.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원90전 내린 1335원20전에 거래를 마치면서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반면 채권시장은 '발작'했다. 이날 3년 만기 국채는 전 거래일보다 0.22%포인트 오른 연 3.535%로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 사이 6.64%나 뛴 것으로 상승폭이 가팔랐다. 지난 6월 30일(연 3.550%) 이후 두 달여 만에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됐지만, 채권금리는 급격하게 뛴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과 합의를 봐서 0.25%포인트씩 올리면서 당분간 인상 기조를 계속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워낙 불확실성이 심한 상황에서 내년 금리를 어떻게 할지는 깊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연말 이후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투자자가 있으면, 자기 책임하에 손실을 보든지 이익을 봐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내년에 금리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했는데 섣불렀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총재의 말은 원론적이었지만, 시장에서는 그의 발언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해석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내년 초부터 인상 움직임을 멈출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이 총재의 발언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더 지속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되면서 국채 매도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이 총재는 "미리 어떤 판단을 해서 투자를 올해 긴 시간 해야 한다면 자기 책임하에 해야 할 것 같고, 저희는 데이터를 보고 잡아가도록 하겠다"라고도 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금리가 크게 올랐다"며 "이 물량을 국내 투자자가 일부 매입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을 두고 평가는 엇갈렸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 총재가 기대인플레이션을 반드시 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지금처럼 물가가 높은 시기에는 적절한 대응으로 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총재가 자신의 발언이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감을 찾지 못한 느낌"이라며 "실수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반대의 평가를 내놨다.
기준금리 인상 예고됐는데…채권시장 '발작' 이유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정부는 26일 "과도한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적기 대응이 예정된 바이백(국채 조기상환) 확대 또는 긴급 바이백, 국고채 단순 매입 등 만전을 다하겠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어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며 "금리 인상 폭(0.25%포인트)이 시장 예상에 부합하며 전반적으로 시장이 안정된 모습이었으나, 국채 금리 상승 등 시장별로는 차별화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관계기관은 국채시장 상황 및 8월 25~27일 잭슨홀 미팅 결과 등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3년 만기 국채는 이날 오전 전날보다 0.044%포인트 내린 연 3.487%에 거래됐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