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자들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의지를 단순한 엄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ed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락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지난 6월 중순 저점을 기록한 이후 17% 이상 올랐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6월 고점에서 0.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시장 금리가 치솟고 증시가 하락하는 불안한 장세가 끝나고 반등세로 돌아선 것은 내년에 Fed가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최근 들어 Fed 인사들이 “조기 금리 인하 전환은 없다”고 못박아도 시장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3일 금융규제 콘퍼런스 행사에서 “금융시장 일각에서 내년 우리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거의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로 보인다”고 일축했지만 증시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시장의 이런 반응은 ‘Fed 풋(Fed put)’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Fed 풋이란 금융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Fed가 완화정책을 통해 시장을 떠받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언제 Fed의 목표치인 연 2%에 근접할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 Fed 풋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웨이 리 블랙록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시장이 너무 앞서간다고 생각된다”며 “Fed가 결국 정책 전환에 나서겠지만 시장 예상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Fed 내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통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도 WSJ와의 인터뷰에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연말까진 기준금리를 연 3.75~4.0%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연 3%를 약간 웃도는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원한다”고 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은 총재도 “얼마나 빨리 금리를 인상할지에 대해서는 당국자들이 계속 토론할 것”이라며 신중한 어조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는 25~27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을 통해 Fed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