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변기 부품 1위 업체인 와토스코리아의 송공석 대표는 양변기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하기 위해 공장 증설, 인력 채용 등에 필요한 1000억원을 3년에 걸쳐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 조건 때문에 투자를 전면 보류했다. 만약 투자 기간 중 불미스러운 일로 아들(현 공동대표)에게 지분을 상속하게 될 경우 500억원의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선 여전히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 경영자가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최대 500억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7년간 업종, 지분율, 고용, 자산 등과 관련한 까다로운 조건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지난 2월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한 업종 전환 요건을 표준산업분류표상 ‘중분류’에서 ‘대분류’ 기준으로 완화했다. 공제 혜택을 받은 후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 ‘대분류’ 내에선 업종 전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상속 이후’ 업종 전환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박화선 중소기업중앙회 기업성장부장은 “가업상속공제 요건상 업종 제한 규정을 두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 지분율도 비상장사는 50%, 상장사는 30%를 7년간 유지해야 한다. 일본은 최대주주 지분율 유지 조건이 없고, 독일은 25%만 지키면 된다.

정부는 앞으로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고 가업승계 후 상속세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10년이나 20년의 기간을 정해 상속세 납부를 유예할 게 아니라 호주와 캐나다처럼 상속받은 지분을 실제 현금화하는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