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9% 물가에 100bp 인상? JP모건 '허리케인' 정체는
모두가 기다리던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CPI)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1981년 이후 4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치였습니다. 월가에서 가장 높은 9.0% 예상(도이치뱅크, UBS)보다 더 높았습니다. 13일(미 동부 시간) 아침 8시 30분에 발표된 6월 CPI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① 9%대 물가 현실화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9.1%, 전월 대비 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월(8.6% 1.0%)뿐 아니라 월가 예상(8.8%, 1.1%)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한 달 만에 1.3% 올랐다는 건 1년이면 17.1%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을 제외한 근원 수치도 전년 대비 5.9%, 전월 대비 0.7% 올랐습니다. 역시 5월(6.0%, 0.6%) 수치나 시장 예상(5.8%, 0.6%)을 모두 상회했습니다. 근원 수치 5.9%는 지난 3월에 기록했던 6.5%보다는 낮습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정점은 지났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편안함을 주기에는 너무 뜨겁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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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전월 대비로도 계속 상승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6월 15일 "우리가 보고 싶은 건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의 연속적인 월별 감소(a series of declining monthly readings for inflation)"라면서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 강력한 증거를 볼 때까지 승리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월 대비 근원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내려와야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5월 0.6%보다 더 높은 0.7% 상승한 것으로 나온 것입니다. 연율로 따지면 8.8% 치솟는 것입니다. 시카고대의 오스틴 굴스비 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전월 대비 근원 물가가 올라갔다는 것은 Fed가 계속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며 "투자자들은 안전띠를 단단히 묶어라"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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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중고차 등 상품 가격 또 급등

세부 내용도 좋지 않습니다. 에너지(7.5%↑)와 음식료(1.0%↑)가 오른 것은 예상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상품 물가도 여전히 전월 대비 2.1%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차가 0.7%, 중고차가 1.6% 상승한 게 컸습니다. 의류마저 0.8% 올랐습니다. 월마트, 타깃, 갭 등은 재고가 넘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여전히 상품 물가는 상승 중인 것입니다.

④ 계속 올라가는 주거비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 물가도 0.9% 올랐습니다. 특히 끈적끈적하게 지속하는 물가 요인인 주거비가 0.6%로 5월(0.5%↑)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습니다. 주거비 중 렌트는 0.8%, 집주인의 등가임대료(OER)가 0.7% 상승했습니다. 주거비는 CPI의 32%, 근원 CPI의 40%를 차지하는 비중 큰 요소입니다. 게다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최소 12개월 이상 상승세가 이어지는 지속하는 요소죠. 아파트먼트 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렌트는 지난 1년간 17.5%, 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집값은 20.4% 오른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이란 뜻입니다. 이는 주거비만으로도 최소 2% 이상 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란 뜻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주거비는 가장 크고 가장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범주의 하나다. 36년 만에 가장 높은 렌트는 하반기에 기준금리 경로에 상승 위험을 제기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호텔 숙박비는 2.8%, 항공료는 1.8%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항공료는 여전히 매우 높습니다. 전년 대비 56% 상승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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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및 식품이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지만, 주거비에서 자동차, 의류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도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광범위해서 금세 낮아지기는 어렵다는 게 월가 평가입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주거비와 휘발유가 가장 큰 물가 상승 요인이지만, 물가 상승이 전반적으로 넓게 퍼지고 있어 이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근원 상품과 서비스 모두에서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한 가격 압력을 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도 물가 바스켓의 42%가 연간 6% 이상 상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⑤ 줄어드는 실질 임금

지난주 고용지표에서 6월 시간당 임금은 5.1% 증가했습니다. 임금도 오르고 있지만, 9%를 넘는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 임금은 40년 만에 빠른 속도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평균 시간당 수입은 전년 대비 3.6% 감소했습니다.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들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이런 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사회적 안정에 더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치가 발표된 직후 뉴욕 금융시장은 격렬하게 반응했습니다. 소폭 상승하던 뉴욕 증시의 주요 선물지수는 급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는 솟구쳤습니다. 미 국채 2년물은 한때 15bp가 뛰어 3.219%까지 올라갔고 10년물 금리는 3.07%까지 뛰었습니다. 달러도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다시 108.57까지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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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물가 탓에 Fed가 더욱더 강력하게 긴축할 것이란 관측이 강해진 탓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7월 100bp 인상 베팅이 82.1%(오후 3시 10분 기준)까지 높아졌습니다. 전날엔 7.6%에 불과했었습니다. 또 9월에 75bp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베팅도 72.3%(전날 2.4%)로 치솟았습니다. 9월이면 기준금리가 3.25~3.5%가 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또 스와프금리 시장에서도 100bp 인상 예상이 70%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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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는 "Fed는 데이터에 강하게 의존해왔으며 이번 데이터는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6월 CPI는 더욱 공격적인 Fed의 필요성을 확고히 한다. 우리는 이제 7월 100bp 인상을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파이퍼 샌들러의 로베르토 펄리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100bp 인상은 기준금리를 장기 중립 상태로 만든다. 지금 중립 수준 더 오래 머무르는 것은 지금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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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100bp 인상은 아직 콘센서스는 아닙니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6월 중순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게 그 배경입니다. 미국의 6월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93달러로 5월(4.44달러)보다 상승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하락해서 이날 4.631달러까지 내려왔습니다. 최근 유가와 휘발유 선물 가격을 보면 추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CPI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고, 구닥다리 통계"라면서 "지난 6월 중순 이후 주유소에서 약 40센트까지 내려간 거의 30일간의 유가 하락 영향을 반영되지 않았고 밀과 같은 다른 상품도 이 보고서 이후 급락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시간당 임금에서 보듯 임금 발 나선형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고 있고, 소비자들의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3% 초반에서 묶여 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7월에 100bp 인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과 기대치에 즉각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하고 금리를 지나치게 올릴 위험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지금 그럴 가능성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6월 이후로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최근 몇 개월 동안 임금 상승세가 완만해짐에 따라 인플레이션 전망은 한 달 전처럼 암울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달 100bp 인상에 대한 추측은 옳지 않아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웰스파고는 "명확히 하자면 우리의 기본 예측은 100bp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놀랄 정도로 높은 CPI 수치는 FOMC가 100bp 인상을 원하면 그러한 움직임을 위한 문을 열어준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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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던 오전 10시 캐나다중앙은행은 100bp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빅스텝(50bp), 자이언트스텝(75bp)을 넘은 것으로 '원빅'(100bp) 인상으로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입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50bp 올렸던 캐나다는 미국처럼 75bp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이를 뒤집고 더 큰 폭으로 올린 것입니다. 캐나다의 지난 5월 CPI 물가는 7.7% 상승했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국과 캐나다는 경제가 상당 부분 통합되어 있다"라면서 "미국의 6월 CPI 수치가 분명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는 1%대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은 금세 하락 폭이 2%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 20분께부터 반등하기 시작했고, 11시가 조금 넘어선 플러스권으로 회복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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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물가 보고서는 Fed가 75bp를 올릴 가능성을 굳게 할 것 같다'(Inflation Report Likely to Seal Case for Fed’s 0.75-Point Rate Rise in July)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많은 Fed 위원들은 이미 7월 말 회의에서 또 다른 75bp 인상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으며 이날 보고서는 그 긴급성을 추가한다"라고 쓴 것입니다. Fed의 생각을 가장 잘 읽어내는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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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 발표 직후 3.07%까지 급등했던 10년물 금리가 오전 10시께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10년물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전날보다 5bp 내린 2.926%로 마감됐습니다. 그러나 2년물 수익률은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9.5bp나 올라 3.140%로 거래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높일 것이란 관측에 2년물 금리는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그렇게 할수록 경기 침체 확률은 커지기 때문에 10년물은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후 1시 발표된 미 국채 30년물 입찰(190억 달러)에서 장기채 수요가 몰리며 낙찰 금리가 3.115%로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 3.133%보다 크게 낮게 형성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날 2년-10년물 간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한때 23bp까지 벌어져 수익률 곡선 역전이 대폭 심화했습니다. 2000년 9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입니다. 이는 경기 침체의 징후입니다. 뉴욕생명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PI는 통제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Fed가 할 수 있는 건은 경기 침체를 일으키는 것밖에는 없다는 게 중요하다. 내년 초가 되면 우리는 약간의 경기 침체를 겪게 될 것이다. 시각은 좋지 않은 쪽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7월 FOMC가 얼마나 올릴지 보자. 100bp이어야 할 수도 있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아니지만, 시장에서 걱정해야 할 사항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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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경제적 성장 모멘텀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빨리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올해 미국 경제의 완만한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에는 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완만한 경기 침체와 내년 추세 이하의 성장은 실업률을 4.6%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발표된 Fed의 베이지북은 "경제 활동은 5월 중순 이후 균형적으로 완만한 속도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몇몇 지역은 수요 둔화의 조짐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5개 지역의 접촉자들은 경기 침체의 위험 증가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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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주식은 보합권을 맴돌았고 결국은 하락세로 마감됐습니다. 다우는 0.67%, S&P500 지수는 0.45% 내렸고 나스닥은 0.15% 하락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기자들이 '100bp 인상할 수 있냐'라고 묻자 "모든 것이 작동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게 부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그는 "6월 인플레이션은 물가의 경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고 있고 이를 위원회로 가져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해 FOMC 투표권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놀랐습니다. 그는 지난 5월에 오는 9월 기준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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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WSJ의 티미라오스 기자는 오후 2시 57분 기사의 내용과 제목을 크게 수정해서 올렸습니다. 제목은 '뜨거운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Fed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Hot Inflation Report Puts Pressure on Federal Reserve)로 바뀌었고, "몇몇 분석가들은 중앙은행이 1% 포인트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도이치뱅크는 "Fed가 100bp를 인상하기를 원한다면 (시장에 알릴)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내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금요일에 연단에 선다. 그들이 이를 띄우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면 7월에 올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충격적으로 높은 수치지만 뉴욕 증시가 잘 버틴 것은 원자재 가격 하락세에 기인합니다. 이 수치가 나온 6월 중순 이후 유가가 크게 내렸다는 것이죠. 모건스탠리의 엘런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물가 보고서는 5월에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광범위하게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면서도 "물가 전망은 여기에서 약간의 감속을 가리킨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원자재 및 소매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7월에 급격히 반전될 가능성이 있어 다음 달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캘리 글로벌 전략 헤드는 "매우 뜨거운 물가지만 이번이 인플레이션 폭염의 마지막 뜨거운 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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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월가에서는 유가가 더 오를 것이란 관측들이 계속 나옵니다. 블룸버그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고유가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수급 역학은 향후 몇 년은 아닐지라도 몇 달 동안은 지속할 더 높은 가격을 가리키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원유 생산도 모자라고, 정유 설비도 부족하다는 겁니다. 윤제성 CIO는 "원유 재고 수준을 보면 올해 말까지 유가가 다시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문가들이 많다.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내년 130달러를 예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10월이면 매일 100만 배럴씩 풀고 있는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끝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벌써 전략비축유 재고는 1987년 이래 최저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10월이면 겨울의 초입입니다.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겨울이 닥치면 천연가스뿐 아니라 석유 공급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중동을 방문 중입니다. 오는 15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날 예정이지만, 백악관 측은 사우디 방문 기간엔 별도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기자회견이 없다는 건 사우디의 증산이 쉽지 않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헤지펀드인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 95달러 수준이다. XOP, XLE, OIH 등 에너지 관련 ETF를 샀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월가는 극단적이다. 러시아 침공 때는 배럴당 200달러를 주장하더니 경기 침체가 온다고 50달러까지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저투자에 따른 구조적 공급 문제와 중국이 11월 공산당 전당대회(시진핑 3연임을 결정짓는)를 앞두고 경제를 부양할 것으로 수 있는 만큼 90달러 선에서 공격적 투자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물가는 나왔고,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어닝시즌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날 2분기 실적을 공개한 델타항공의 매출은 138억2000만 달러로 예상 135억7000억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EPS는 1.44달러로 예상 1.73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비싼 연료비와 5~6월 조종사 부족 등으로 인한 4000여 편 운항취소 탓입니다. 3분기 가이던스는 유지했습니다. 매출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1~5%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델타는 승객이 줄어들 조짐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날 CPI에서 발표된 항공료 가격 하락은 불안 요인이었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항공권 가격은 6월에 1.8% 떨어졌는데, 항공유 가격 하락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이 떨어질 여력이 있다. 그리고 호텔 숙박비가 2.8% 내린 건 가격결정력의 힘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델타항공의 주가는 이날 4.53%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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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JP모건이 2분기 실적을 내놓습니다. "허리케인이 온다"라고 했던 제이미 다이먼 CEO의 말대로 엄청난 대손충당금을 쌓았을지, 이익에서도 경기 둔화의 영향이 드러날지 등이 관심사입니다.

이번 어닝시즌과 관련해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투자자들이 알아둬야 할 것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는데요.

먼저, 2분기 S&P500 기업의 EPS는 월가 추정과 비슷한 55달러, 전년 대비 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향후 실적에 대한 가이던스 약화가 지속해서 초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 하반기 EPS 컨센서스는 너무 높아 최소 20달러 이상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두 번째, 어닝시즌 초기에 실적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전체 결과를 대표할 것으로 봤습니다. 2012년부터 따져보면 초기 기업들이 전체를 대변하는 상관관계가 70%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 초기 기업들은 61%가 EPS에서 추정치를 상회하고 매출은 78%에 달하고 둘 다 상회하는 곳은 56%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지난 1분기보다 약화한 것인데요. 1분기 EPS 상회율은 70%였습니다. 다만 역사적 평균보다는 높을 것으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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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기술주가 지난 두 번의 경기 침체에서 안정적 실적을 내며 경기 방어주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나스닥 기업들의 이익 컨센서스 추정치가 전체 S&P500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9개월 동안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경기 방어적이 아니라는 것이죠.

네 번째, 기업들이 내놓는 가이던스는 약화되고 있고 이익 추정치는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석 달간 나온 가이던스를 분석하면 월가 추정보다 좋은 가이던스가 나쁜 가이던스의 0.6배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이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습니다.

다섯 번째, 2015년 이후 가장 강력한 달러 강세의 역풍이 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분기에만 달러가 전년 동기보다 13% 절상됐습니다. 이는 매출에 2%포인트 타격을 가할 것이고, 매출 증가율은 1분기 15%에서 2분기에는 10%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