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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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영향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증시가 경기 후퇴와 기업 실적 둔화로 대표되는 역금융장세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순이익 추정치 하락 전환

8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2분기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약 40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초(43조원) 대비 3조원 감소했다. 2분기 실적 프리뷰 시즌이 시작하면서 추정치가 급격히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코스피 분기별 순이익 컨센서스 / 자료=신한금융투자
코스피 분기별 순이익 컨센서스 / 자료=신한금융투자
향후 실적 전망치도 꺾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개월 선행 순이익 컨센서스는 지난달 16일 207조7701억원에서 최근 203조9634억원으로 3조8067억원 감소했다.

그동안 증권가에서 가장 우려하던 요인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구조 특성상 원자재 가격 상승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최근 원유·천연가스·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조정을 받았음에도 기업 실적 전망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더라도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둔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 국면에 접어든 이후 인플레이션이 완화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수요 침체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유가증권시장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최대 20~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주가수익비율(PER) 10배를 적용하면 코스피지수가 22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역사적 평균인 10배를 크게 밑돌고 있지만, 실적 추정치가 하락할 경우 PER은 올라간다. 국내 증시가 마냥 저평가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자동차·2차전지로 방어”

이같은 역실적장세에서도 실적 추정치가 올라가는 업종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자동차와 2차전지를 꼽았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개월 전 추정치 대비 각각 1.86%, 1.78% 상향 조정됐다. 반면 이 기간 두 회사의 주가는 각각 4.63%, 8.80% 하락했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 서프라이즈 확률을 각각 75.7%, 71.7%으로 전망한다”며 “이익이 망가지지 않는 업종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주가 조정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적 둔화, 주가에 선반영”

한편 기업 실적 둔화 이슈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전날 삼성전자가 컨센서스를 4.7% 밑도는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음에도 이날까지 4.08% 반등한 것이 대표적 증거라는 설명이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애널리스트는 사후적으로 실적 전망치를 수정하기 때문에 통상 주가가 먼저 움직이고 컨센서스가 뒤따라 조정된다”며 “대부분 종목들이 고점 대비 반 토막 났을 정도로 실적이 빠지는 것보다 주가가 더 많이 하락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어떤 종목이 하락을 방어할 것인지가 아닌, 누가 반등을 빠르게 가져갈 것인지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다만 모든 종목이 반등하는 장세가 아닌 만큼 철저한 기업 분석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