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신영증권 WM총괄본부장이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회사의 신용공여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대일 신영증권 WM총괄본부장이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회사의 신용공여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반대매매.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을 휩쓴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 약세를 보인 원인 중 하나로 반대매매가 꼽힐 정도다. 정부도 반대매매가 주가 하락을 이끄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최근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반대매매라는 폭풍을 비껴간 한 증권사가 있다. 김대일 신영증권 WM총괄본부장(전무)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달 신용공여잔고 가운데 반대매매가 나간 계좌는 한 건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그는 “과도한 ‘빚투’는 결국 큰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금융위기를 통해 배웠다”며 “신영증권은 고객의 자산 보호를 위해 ‘빚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영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금 비율은 4.6%(3월 말 기준)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18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다. 업계 평균(55.0%)과 비교하면 12분의 1 수준이다. 김 전무는 “업계 평균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금 비율을 적용했을 때 신영증권이 포기한 이자수익은 연간 수백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용공여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주식 거래를 위해 빚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거래융자, 예탁증권담보대출, 신용거래대주 등을 포함한다.

이자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신용공여에 소극적인 이유는 신영증권의 투자 철학 때문이다. 신영증권은 가치투자·장기투자·배당투자·복리투자를 지향한다. 김 본부장은 “신영증권은 고객의 자산을 증대하는 동시에 회사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다”며 “증권업 본업의 비즈니스 활동이 아닌 단순 이자수익을 통한 이익 개선은 신영증권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신영증권은 신용공여를 ‘빚투’ 수단이 아닌 유동성 지원 측면에서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갑작스럽게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식을 손절매해야 하는 경우에 한해 대출을 제공하는 식이다. 김 본부장은 “고객이 최초 계획한 기간대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며 “실제 신용공여 잔고 가운데 예탁증권담보대출 비중이 85~90%이고 신용융자는 10~15%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대출을 요청하면 1:1 상담을 통해 고객의 자금 용도를 확인한다. 고객이 요구하더라도 필수 자금이 아니면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대출 가능한 종목도 다른 증권사와 비교할 때 적은 편이다. 김 본부장은 “고객 입장에선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회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영업사원이 고객 한 분 한 분과 소통하면서 고객들도 회사의 철학에 공감하는 경우가 많다”며 말했다.

같은 이유에서 레버리지 부담이 높은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도 도입하지 않았다. 선물·옵션 위탁매매(브로커리지)도 미미한 수준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출시한 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그린’에서는 선물·옵션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선물·옵션·CFD 거래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원금 이상의 손실을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투자자들에게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맞게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기는 확률을 높이는 투자를 하기 위해선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리한 투자에 나선다면 예측하지 못한 큰 손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 증권업계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에서 신용공여 잔고가 과도하다고 지속적으로 경고를 했다는 점에서 최근 반대매매 사태를 볼 때 아쉬움이 있다”며 “업계도 고객의 위험 관리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국내 증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