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향한 선망은 시대를 초월합니다. 유비는 제갈량에게 삼고초려를 했고, 나폴레옹은 "인재가 있으면 어디든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세종대왕과 정조는 신분과 당파에 관계없이 재능이 뛰어난 인물을 과감히 기용했죠. 기업인들에게도 '인재 확보'는 영원한 숙제입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다녀오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이 많다"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 오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인플레 시대...버핏이 말한 '최고의 투자법'
지난 5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가 열렸다. 버핏은 이 자리에서 "최고의 투자법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 CNBC 유튜브 캡쳐지난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여학생이 워런 버핏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하나의 종목에 투자해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다면 어떤 종목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버핏의 면전에서 '종목을 찍어달라' 요청한 건데요. 버핏은 "특정 종목보다 더 나은 걸 말해주겠다"고 운을 뗀 뒤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무언가를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라며 "당신이 최고가 된다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막대한 돈을 지불하거나 그들이 생산하는 무언가를 당신의 일과 교환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버핏은 "당신의 능력은 누가 빼앗을 수도 없고, 사라지지도 않는다(can't actually be inflated away from you)"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최고의 투자법은 자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라며 "이건 세금도 붙지 않는다"고 조언했습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남이 찍어준 주식으로 쉽게 돈 벌 생각 말고 인재가 먼저 돼라'는 건데요. '투자의 귀재' 버핏 역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인재를 향한 '尹心'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전부처가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도 '인재 사랑'이 각별합니다. 특히 반도체 인재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지난달 7일 국무회의는 '윤심(尹心)'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전 부처가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대선 공약이었던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에 대해 교육부 차관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자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에 웬 규제 타령이냐'는 취지로 강하게 질타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인력이 부족해서인데요.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제조사, 소재·부품·장비 업계에서 부족한 인력이 1년에 3000여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협회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향후 10년간 누적 부족 인력이 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인재 기근'이 심각한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5년간 1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인재 양성과 관련해선 'AI(인공지능) 반도체 연합전공'을 3개 대학에 개설하고, 'AI 반도체 대학원' 3곳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에게 혼쭐(?)난 교육부도 이달 반도체 인재양성 지원안 발표를 앞두고 30여개 대학에 정원 확대 희망 시기 등 수요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이 1000명 늘어나면 삼성전자급 회사가 두 개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정부의 '반도체 인재 육성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인재 관련주 성적표는 어떨까
인재 관련주의 대표적 종목으로 사람인에이치알과 원티드랩이 있다. / 사진 = 연합뉴스인재 관련주로는 채용 플랫폼 기업들이 있습니다.
(HR)이 대표적입니다. 채용 시장도 리오프닝 효과를 봤던 걸까요.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이 1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급증했습니다. KB증권은 사람인에이치알에 대해 '변화하는 고용시장 내 과점 사업자'라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47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리스크 요인으로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꼽았습니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인건비가 단기간 빠르게 상승할 경우 채용 시장의 수요를 둔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인에이치알 자체 인건비 상승으로 마진율 훼손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일 사람인에이치알의 주가는 2.13% 내린 3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은 채용 플랫폼의 '신흥강자' 입니다. 인공지능(AI)을 앞세웠습니다. 구직자의 이력서 데이터와 기업의 채용공고를 AI로 분석해 매칭시켜주고, 합격·출근까지 이루어지면 연봉의 7%를 가져오는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공채가 아닌 수시 채용에 적합한 사업구조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직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수시 채용시 매칭 플랫폼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원티드랩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힙니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용시장 둔화는 대규모 신입공채 축소를 의미하고 이는 경력직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력직 이직은 결국 또 다른 채용으로 이어져 원티드랩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일 원티드랩의 주가는 1.85% 내린 2만1200원에 마감했습니다.
제자리걸음 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
"지금처럼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인재가 안 보인다" 지난해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1'에서 나온 말입니다. 포럼에 참석한 기업인들과 교육계 인사들은 '창의적 인재'가 부족한 현실을 우려했습니다. 원인은 천편일률적 교육에 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데 교육부 수장은 두 달 가까이 공석입니다. 흔히 교육 정책을 '백년대계'라고 하는데요. 지금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인재 양성 대책만큼은 초당적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래야 예비 인재들이 버핏이 말한 '최고의 투자'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 돈(주식) 얘기와 어제 본 TV 얘기일 겁니다. '기승전-주식'이란 뜻인 [기승쩐주(株)]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예능, 드라마, 심지어 다큐멘터리 속에서도 '종목'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아래 기자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매주 뻔하지 않은 'Fun'한 투자 정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마켓 인사이트]화학 소재 전문 기업 영창케미칼이 올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이 회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을 비롯해 초정밀 산업용 화학 소재를 생산한다.최근 한국 기업 중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용 린스를 개발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 독일 머크가 독점한 해당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산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전략이다.20년 업력의 반도체 소재 전문 회사2001년 설립된 영창케미칼은 한국 반도체 제조 분야의 국산화 1세대 기업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친환경 에너지 산업 등에 공급하는 화학 소재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반도체 산업용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동안 일본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2019년 일본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영창케미칼의 제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주요 고객사는 삼성·SK하이닉스·SK실트론·글로벌파운드리스 등이다. 포토레지스트 외에도 유기 하드 마스크(HT-SOC), 슬러리, 린싱 솔루션, 디벨로퍼, 식각액, 스트리퍼 등의 화학 소재를 양산해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영창케미칼은 화학 소재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EUV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용 린스를 개발했다. 노광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에 레이저 광원으로 패턴을 새기는 작업을 말한다.기존에는 불화아르곤(ArF) 광원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파장의 길이가 14분의 1인 EUV를 사용하는 공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EUV를 사용하면 반도체 회로 패턴을 세밀하게 제작해 고성능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공정 수를 줄여 생산성도 높아진다.영창케미칼이 개발한 EUV 노광 공정용 린스는 반도체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포토레지스트의 패턴 쓰러짐을 방지하고 결함을 제거해 주는 중요한 소재다. 또한 패턴의 균일도를 개선해 수율을 확보하는 역할도 한다.업계는 향후 10년간 EUV 공정이 반도체 제조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총 117대의 장비를 공급했다.2022년 55대, 2023년 60대 등 매년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6월 ASML 본사를 방문하면서 EUV 장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TSMC·인텔 등이 EUV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이에 따라 EUV 포토레지스트용 린스의 글로벌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제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9년 29억원에서 2022년 830억원, 2024년 1868억원으로 연평균 10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가운데 한국의 시장 규모는 2022년 330억원, 2024년 743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EUV 공정용 린스가 실적 상승을 견인할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현재 7nm 이하급 EUV 포토레지스트용 린스는 독일의 머크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 소재는 한 번 생산 라인에 적용되면 변동이 거의 없다. 초기 고객사 선점이 어렵고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공급처를 뚫으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영창케미칼은 기존 사업을 통해 확보된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는 전략이다.공모 자금으로 생산 설비 증설영창케미칼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례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앞서 기술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심사 기관인 NICE평가정보와 SCI평가정보에서 모두 ‘A’ 등급을 획득했다. EUV 포토레지스트 린스 등 주요 제품들의 기술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2021년 매출은 664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97억원, 영업이익 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9%, 229.0%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64.7%에 달한다.영창케미칼은 이번 상장에 총 240만 주를 공모한다. 신주 모집 200만 주(83.3%)와 구주 매출 40만 주(16.7%)로 구성돼 있다. 주당 희망 공모 가격은 1만5000~1만8600원, 공모 금액은 360억~446억원이다. 신주 발행을 통해 약 372억원을 조달한다.상장 후 예상 시가 총액은 1519억~1883억원이다. 주간사 회사인 하나금융투자는 주가수익률(PER) 방식을 적용해 기업 가치를 2544억원으로 평가했다. 비교 기업으로 렘테크놀러지·동진쎄미켐·디엔에프·켐트로닉스·이엔에프테크놀로지·에스앤에스텍 등 총 6개 사를 택했고 이들의 평균 PER 18.25배를 적용했다.조만간 출시 예정인 텅스텐 슬러리와 EUV 포토레지스트용 린스의 판매가 본격화되는 2023년 추정 순이익이 192억원에 연 할인율 20%를 적용해 도출한 결과다. 희망 공모가는 25.97~40.30%의 할인율을 적용해 도출했다.상장 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는 발행 주식 수의 36.13%(365만7243주)로 많은 편이다.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12.42%)과 신주 모집(19.76%), 구주 매출(3.95%)은 상장일부터 매도가 가능하다. 상장일 대규모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상장을 통해 유입된 자금은 생산 설비 등 시설 확충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경북 성주산업공단에 제4공장 설비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포토 소재, 습식 케미컬 등 생산 설비 증설을 통해 신규 수주와 해외 시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기술 고도화와 최첨단·고품질의 신제품 개발 등 연구·개발에도 투자한다.상장 후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미국·싱가포르·중국 등 해외 주요 반도체 소재 시장을 겨냥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신제품 개발과 성능 개선을 위한 소재 개발 등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에 현지 영업사무소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고객사의 해외 생산 라인 공급을 확대하고 해외 신규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내 집 마련했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내 집 때문에 맨날 이렇게 싸우게 될 줄은 몰랐어요." (서울 당산동에 사는 직장인 A씨) 내 집 마련은 모두의 꿈입니다. 무주택자들은 2년 마다 주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내 집을 원할 테고, 이미 집이 있는 유주택자들은 더 좋은 지역, 더 넓은 곳으로 이동하고 싶은 게 공통된 마음이죠.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꿈꾸던 내 집 마련엔 성공했지만 가팔라진 금리 인상 속도에 금융비용 부담을 절감하게 된 겁니다. "매월 갚아야 하는 이자가 불어난다는 사실에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는 하소연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실제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엔 "전세 말고 안정감 있는 주거 공간을 갖고 싶다는 남편 주장에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 모은다는 뜻)해서 아파트를 샀는데, 매월 한 달에 원리금만 수 백 만원이 나가서 애들 학원비를 줄일 정도" "영끌해서 산 아파트가 올 들어 계속 매매 가격이 떨어져서 신경쇠약에 걸릴 듯" "자꾸 아파트 계약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불면증만 심해지는 듯 하다"는 식의 얘기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수도권 대다수 아파트를 매입할 때 수요자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같이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출 규제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만으로는 아파트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충분하게 마련하기 쉽지 않아서입니다.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돈 줄 죄기에 발 맞춰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금리 오름세가 가팔라졌습니다. 슬금슬금 오르던 대출 금리가 한은의 금리 인상 보폭에 따라 빠르게 치솟고 있는 것이죠.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대놓고 지적했지만 대출 금리 인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미 미국은 물가가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했습니다.한국도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죠. 한국은행 안팎에서도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 6월 소비자물가가 6%대가 나오면 결국 빅스텝으로 가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이렇게 되면 아무리 금융당국이 '이자 장사'를 겨냥해 시중은행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도 대출 금리는 뒤이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수요자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연 5~6%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5%대를 형성하고 있고요.한국은행이 시장의 전망치대로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불어날 전망입니다. 특히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대다수 수요자들이 2년 전 초저금리를 활용한 경우가 많습니다.이렇다 보니 올해 말 기준으로 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기존 대비 30~40%, 약 1000만원 가까이 급증하는 경우도 속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월급이 오르는 속도와 비교해 수요자들이 대출 원리금 증가 속도를 더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며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면 결국 각종 소비를 줄이고, 경기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레버리지(차입 투자)의 대상인 아파트 가격이 정체되거나 떨어지면, 수요자들은 심리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죠.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3.7로 집계됐습니다. 이 지수가 발표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랍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주택대출 상환액의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때 활용되는 지수입니다. 쉽게 말해 이 지수가 100이면 소득의 약 25%를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 부담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미랍니다. 이 지수가 200이라는 건 소득의 절반을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말이죠.상황이 이런데 주택 시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새 정부가 규제 지역을 풀고 각종 정책을 손질하는 등 다각도로 부동산 시장 침체를 막으려고 하지만 아파트 값은 하락 조짐입니다. 벌써 두 달 째 전국 집값은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 중이랍니다. 서울 외곽이나 지방을 중심으로 집 값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죠.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6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4% 떨어졌습니다. 8주 연속 하락세인 데다 올 1월 말 이후로 단 한주도 전주 대비 상승 반전한 적이 없답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20~30대 젊은 수요자층이 집중적으로 아파트 매매 시장의 큰손으로 부각됐는데,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에 비해 소득이 적어 올 들어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더 크게 느낄 것"이라며 "이른바 '벼락 거지'(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급등하는데, 이를 갖고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빈곤해 졌다는 느끼는 사람)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아파트를 구입한 수요자들이 가격 하락과 이자 부담 상승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답니다.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정부는 올해 6월 21일 제1차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상생 임대인 제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상생 임대인 제도는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인 혜택이 적어 시장에서 외면 받아 왔다. 이를 현실에 맞게 개편한 것이 이번 발표다.임대료 5% 이내 인상하면 ‘상생 임대인’ 선정상생 임대인은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 인상한 신규 또는 갱신 계약을 체결하는 임대인을 말한다.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전국 아파트는 평균 20.6% 올랐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많이 사는 수도권의 상승률은 25.3%나 된다.물론 다행스럽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었다면 25%가 아니라 5%만 임대료를 올려 줬으면 됐다. 하지만 2020년 8월 이후 체결된 계약 중에는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도 많다. 이러한 세입자는 꼼짝없이 집값 상승분 만큼인 25% 이상의 전세금을 올려 줄 수밖에 없다.이에 따라 정부가 나선 것이다. 임대인에게 소정의 혜택을 부여해 전세금을 시세대로가 아닌 5%만 증액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혜택의 수준이다. 일각에선 혜택이 제한적이어서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반면 일부 언론에선 혜택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이번 조치로 상생 임대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조정대상지역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실거주 요건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8·2 조치에 따라 조정지역에 신규 취득한 주택은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양도소득세를 비과세 받을 수 있고 양도가가 12억원이 넘으면 양도세 감면 조치를 받을 수 있다.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1가구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일반 과세 대상이 된다.둘째는 양도가가 12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 특별 공제 적용을 위한 2년 거주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받기 위해선 2019년 이전에는 3년 이상 보유만 하면 됐다.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하지만 2020년 세법 개정으로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이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10년을 보유해도 20%밖에 감면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조치에 따라 상생 임대인이 되면 2년 거주 요건이 면제돼 장기 보유 특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여러 사정에 의해 실거주 요건을 채울 수 없는 1가구 1주택자다. 다시 말해 본인 사정으로 다른 곳에서 임대로 살지만 집을 다른 지역에 사 둔 1가구 1주택자, 거주와 투자를 분리한 1주택자가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예를 들어 지방에 거주하며 2017년 8월 3일 이후 수도권에 집을 산 사람이 대표적이다. 혹은 수도권 거주자라도 자녀 교육이나 출퇴근 편의성 등의 문제로 본인 집에서 실거주하지 않는 이들도 해당한다. 자금이 부족해 서울에선 전세를 살고 그 대신 경기도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 둔 이들도 해당한다.이때 보유 주택의 소재지가 규제지역이나 조정대상지역이면 효과가 더 크다. 양도세·비과세 2년 거주 요건과 장기 보유 특별 공제 2년 거주 요건을 모두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규제지역은 혜택이 크지 않다. 비규제지역은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2년 실거주 요건 자체가 없다. 다만 장기 보유 특별 공제에 대한 혜택은 받을 수 있지만 비규제지역에서 12억원이 넘는 주택은 흔하지 않아 실질적 수혜자는 드물다.‘마지막 한 채’만 혜택 받는 다주택자다주택자도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정부에 따르면 다주택자도 이번 조치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보유한 모든 주택이 혜택 대상은 아니다. 주택을 처분하고 마지막 한 채만 남았을 때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다주택자 중 혜택을 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어떤 다주택자가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 A와 임대를 주는 주택 B와 C를 보유하고 있는데, B는 양도 차익이 크고 C는 작다고 가정해 보자.문제는 다주택자가 주택 B에 대해 상생 임대인의 혜택을 누리려면 주택 A와 주택 C를 먼저 팔아야 한다. 그동안 계속 살면서 거주 요건을 채웠을 주택 A의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다.결국 다주택자가 상생 임대인 제도에 동참해 이익을 보려면 주택 B의 양도세 감면 혜택이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 A의 양도세 감면 혜택과 주택 B의 전세금 인상 이익보다 커야 하지만 이 경우는 흔하지 않다.일반적으로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본인이 거주하는 집이 시세 차익이 가장 클 가능성이 높다. 그 집에서 오래 살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12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최대로 받기 위해선 2년 거주 요건만 채워서는 부족하고 최장 10년간 거주해야 한다.더욱 심각한 것은 다주택자가 상생 임대인 혜택을 받으려면 모든 주택을 팔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심했던 문재인 정권 당시 집을 팔지 않았던 이들이 보유 주택 중 겨우 한 채에 대한 실거주 요건 면제를 위해 모든 주택을 정리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럼에도 새 정부 들어 등장한 첫째 조치의 의의는 ‘바람’이던 부동산 정책이 ‘햇빛’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이번 조치는 선언적 의미 이상은 아니다. 당장 8월부터 상당액의 임대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들은 임대인이 우연히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1주택자이기를 바라야 한다.임대인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다주택자를 끌어들일 당근이 없다면 상생 임대인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이번 조치의 한계로 올가을 이후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속 조치가 나오기 전 전세 만기가 도래해 막대한 금액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