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 실적 전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는 반면 수요는 완연하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추정치도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

26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존재하는 국내 252개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는 약 230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1개월 전(231조원) 대비 약 6000억원 감소했다. 증권사들이 국내 기업의 2~3분기 실적 전망치를 본격적으로 낮추기 시작한 결과다.

실적 하향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은 반도체다.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22조4613억원, 60조5729억원이다. 1개월 전 대비 각각 1.32%, 4.75%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거라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2.90%)과 당기순이익 증가율(3.03%)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막 실적 하향 조정이 시작된 단계라 2%대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영업이익 증가율은 올 1분기까지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두 자릿수(49.4%)로 떨어지는 데 이어 3분기엔 11.45%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3분기 당기순이익 증감률은 전년 대비 1.8% 감소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디스플레이업계도 실적 둔화를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046억원으로 1개월 전 대비 8.31% 급감했다. 중국 상하이 물류난 여파로 주요 소재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2분기는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8.9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역성장(-12.05%)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08%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올 3분기 수출 경기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물가 상승 영향으로 2분기보다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1301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기전망 결과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4.4로 조사됐다. 올 2분기(96.1)에 2년 만에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3분기까지도 기준선을 밑돈 것이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기업들이 다음 분기의 수출 경기가 직전 분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김민우 무협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등으로 불확실성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선제적인 원·부자재 확보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