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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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은행 지수'를 없애기로 했다. 만들어진지 40년 가까이 됐지만 주요 은행들이 모두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 현실을 반영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20일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은행 지수는 오는 27일부터 산출이 중단된다. 이 지수는 카카오뱅크 기업은행 제주은행 등 세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시가총액에 따라 구성 비율을 정하는 거래소 지수 특성 상 카카오뱅크의 비중이 70%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시총이 17조원이 넘지만 기업은행은 7조원대, 제주은행은 1800억원대다.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지수가 특정 종목의 주가에 좌우되는 왜곡이 발생해 없애게 됐다"며 "산출 중단을 앞두고 작년 하반기부터 이의 신청을 받았지만 어떤 이의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은행 지수는 1983년부터 산출하기 시작해 역사가 39년이 됐다. 1956년 국내 증권시장이 열렸을 때 처음 상장된 기업들이 조흥·저축·상업·흥업은행이었을 만큼 은행은 과거 국내 증시의 대표주였다. 은행 지수 역시 80~90년대 국내 대표 업종 지수 중 하나였다.

은행 지수의 위상에 변화가 온 건 2001년 우리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주요 은행들이 지주사 체제로 바뀌면서다. 금융지주 산하에는 은행 뿐 아니라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자산운용사 등이 있어 은행 대신 지주사를 상장한 금융그룹은 은행 지수에서 퇴출됐다.

거래소는 은행 지수를 없애는 대신 금융지주사 지수를 만드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금융업 지수가 있지만 금융지주 뿐 아니라 비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와 증권사, 금융업 면허가 있는 일반 지주사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