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그동안 증시를 주도했던 기술주 주가가 올 들어 고꾸라지면서 투자자들은 가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개인투자자가 정확한 평가를 거쳐 똘똘한 종목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 귀재들이 담은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살떨리는 증시…투자 귀재가 찍은 가치株와 동행해볼까

“에너지·원자재 종목이 가치주”

살떨리는 증시…투자 귀재가 찍은 가치株와 동행해볼까
미국 투자전문매체 인사이더몽키는 최근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올해 1분기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현재 투자하기 적합한 가치주 10개 종목을 선정했다. 피셔인베스트먼트는 미국의 대표적 억만장자 투자자로 잘 알려진 켄 피셔(사진)가 세운 자산운용사다. 운용자산만 240조원에 달한다. 피셔는 일반 투자자와 반대로 투자하는 ‘역발상 투자’로 유명하다. 가치주 10선에 오른 종목은 대부분 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 평균(20~25배)보다 아래인 18배 이하로 비교적 저평가됐고, 부채 비율·배당 성향 등이 우수한 기업들이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최근 주목받는 에너지·원자재 기업들이 추천 순위에 많이 올랐다. 1순위로는 프랑스 정유업체인 토탈이 꼽혔다. 피셔인베스트먼트는 올 1분기 기준으로 토탈에 약 13억2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PER은 지난 9일 기준 9.05배로 미국 원유 생산 업종 평균인 14.2배보다 낮은 편이다. 주가는 최근 한 달(5월 10일~6월 9일) 사이 15% 이상 뛰었다. 피셔가 개발한 투자지표인 ‘주가매출비율(PSR)’도 우수했다. PSR은 주당매출 대비 주가 비율이다. 낮을수록 매출 창출 능력보다 주가가 낮게 평가됐다는 의미다. 토탈의 PSR은 0.75배로 준수한 편이다.

에너지 기업인 셰브런, 엑슨모빌, 쉘 등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셰브런은 최근 벅셔해서웨이가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셰브런과 쉘은 최근 한 달 사이 주가가 9% 이상 상승했다. 엑슨모빌은 20% 급등하면서 8년 만에 100달러 고점을 탈환하기도 했다.

글로벌 광산업체 중에서는 BHP그룹과 리오틴토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두 회사의 PER은 각각 10.1배, 5.8배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두 회사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BHP그룹과 리오틴토그룹은 최근 한 달 주가가 각각 17%, 11% 올랐다. 배당주로서도 매력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BHP그룹과 리오틴토그룹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10.48%, 10.66%에 달한다. 피셔인베스트먼트는 BHP그룹과 리오틴토그룹 주식을 각각 13억1000만달러, 11억4000만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다.

탄탄한 실적에 낮은 PER 기업 주목

최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 실적이 비교적 견조했던 기업들도 상당수 목록에 포함됐다. 금융업체 중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 금융업종의 평균 PER은 11.87배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현재 PER은 6.1배 수준으로 저평가됐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분기 129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호황이었던 전년 동기(177억달러)보다 크게 줄었지만 월가 예상치인 118억달러를 웃돌았다.

도요타와 버라이즌도 주목할 종목으로 꼽혔다. 버라이즌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336억달러로 월가 예상치와 부합했다. 최근 약세장 속에서 경기방어주로 선호받고 있지만 PER은 10배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실적 대비 주가가 낮게 평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요타 역시 PER이 13.1배로 실적에 비해 낮게 평가됐다는 의견이다. 도요타는 지난 1분기 미국에서 51만5000대를 판매해 GM(51만 대)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작년 매출은 31조3795억엔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피셔인베스트먼트는 1분기 기준 도요타와 버라이즌에 각각 9억2500만달러, 8억5500만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인사이더몽키는 “도요타는 PSR 역시 0.8배 수준으로 매출 규모와 비교해 크게 저평가된 주식”이라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 분야 종목 중에서는 유일하게 인텔이 이름을 올렸다. 인텔의 PER은 6.8배로 반도체 분야 평균인 19.8배보다 한참 낮다. 반면 자산 대비 부채 비중은 36% 수준으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주가는 올 들어 부진한 모양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