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아직 바닥 아니다" vs "많이 싸졌다"
"실질 금리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을 고려할 때 조정의 대부분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준(Fed)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고 시도함에 따라 실질 금리의 추가 상승을 배제할 수 없다." "기본 사례에서 경제가 경기 침체를 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본 사례에 대한 우리의 확신은 높지 않다."

UBS가 10일(미 동부 시간)에 발표한 보고서의 핵심 내용입니다. 금리 상승이 끝났다는 것인지, 추가 상승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경기 침체를 피한다는 것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UBS만 이런 게 아닙니다. 모든 투자자들이 비슷합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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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뉴욕 증시의 주요 증시는 반등했습니다. 나스닥은 0.98% 올랐고 S&P500 지수는 0.25% 상승했습니다. S&P500 지수는 딱 4001로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다우는 0.26% 내렸습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3거래일간 나스닥은 10%, S&P500 지수는 7%가량 내렸으니 단기 기술적 반등이라도 나타나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장 초반 2.8%까지 오르던 나스닥은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간 게 무려 다섯 차례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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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는 위험 회피 심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루 5%씩 폭락하는 게 며칠 이어지다 보니 투자자 공포가 상당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나스닥의 경우 올해 들어 벌써 2% 이상 떨어진 날이 스물세 번에 달했는데, 이는 닷컴버블 붕괴 때인 2001년 이후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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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의 린지 벨 수석 시장 전략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큰 폭의 매도 이후 시장이 반등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숲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바닥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명확성을 찾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최고 주식 전략가는 "모두가 바닥을 쳤는지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본능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레저리파트너스의 리처드 새퍼스타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가 긴축 움직임의 중단을 알리거나, 인플레이션이 둔화 신호를 보이거나, 주식 멀티플이 매우 매력적이 될 때 주식은 바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투자 심리가 극단적으로 나쁜 상황에서는 반등이 '진짜'라고 믿게 되는 기준이 더 높다"라면서 "내일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많은 위험을 추가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새로운 저점이든 강한 반등이든 상관없이 이 시장은 스스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소식은 주식에 대한 나쁜 해라도 16% 하락 후에는 계속 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고, 나쁜 건 계절적으로 수익률이 높지 않은 여름에 진입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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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극도로 위험에 민감하다는 건 이날 JP모건(-2.38%), 골드만삭스(-1.24%) 등 주요 금융주가 줄줄이 52주 신저가까지 급락했다는 데서 나타납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3.080%에서 2.990%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4월 CPI 발표를 앞두고 '물가가 정점을 찍을 수 있다'는 관측에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세를 멈춘 탓도 있지만,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게 금융주를 압박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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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위험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AI) 대부업체인 업스타트가 이날 하루 56.4% 폭락한 것에서 드러납니다. 업스타트는 전날 장 마감 뒤 월가 예상보다 나은 1분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금리 상승 및 불확실성 경기 전망을 이유로 올해 매출 전망치를 기존 14억 달러에서 12억5000만 달러로 낮췄습니다. 특히 작년 말부터 대출 부도율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문제가 된 것입니다. 경기 침체가 닥치면 은행은 버틸 수 있지만, 자금력이 빈약한 핀테크 업체들은 흔들릴 것입니다. 또 이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이 많습니다. 업스타트의 폭락이 소파이(-12.06%), 어펌(-11.66%) 등 모든 핀테크 주식으로 번진 이유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52주 신저가 주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럴 때는 공격적으로 매수해서는 안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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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도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3750~3850 수준이 바닥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추가로 5%가량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펀드스트랫의 마크 뉴턴 분석가는 "의미 있는 저점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의미 있는 바닥이 나타나기 전 6월까지 3815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진정한 항복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어떤 종류의 장기적 저점을 기대하는 것도 시기상조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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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동안 나쁜 분석만 내놓던 시장에서 조금씩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급등세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상당히 좋은 가격까지 내려왔다는 것이죠.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불룸버그 인터뷰에서 "주식은 중장기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상당한 조정을 보았다. 반드시 반등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하방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지만, 모든 것이 시장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적당한 반등조차 없었던 월요일을 보면 처음으로 이것이 '항복'(capitulation)처럼 느껴진다. 나는 장기 바닥을 쳤다고 보지는 않지만 5% 이상의 거래할 만한 반등이 나타날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중국의 상황 개선, 우크라이나 휴전 등 무엇이 반등을 유발할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라면서도 "나는 이제 비관론자 진영에서 나와 임시로 낙관론자 진영으로 옮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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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A리서치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주식에 대한 투자 등급을 '비중 확대'로 높였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말 글로벌 주식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었습니다. BCA리서치는 "글로벌 주식은 12개월 선행 이익의 15.6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미국 외 지역에서는 12.6배에 불과하다"라며 "현재 주가 수준은 비중 확대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한 상승 여력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터 브레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더 중요한 것은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 수가 정점에서 절반으로 줄었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정점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기준금리 인상 예상이 줄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앞으로 18개월 동안 주식은 그동안 손실의 상당 부분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관심은 내일 오전 9시 30분 발표되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려 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헤드라인 수치 8.1%, 근원 수치 6.0% 증가입니다. 이는 지난 3월 8.5%, 6.5%보다 낮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헤드라인 0.2%, 근원 0.4% 상승입니다. 3월에는 각각 1.2%, 0.3%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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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쳤다기보다는 높은 수준에서의 정체기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Fed는 다가오는 회의에서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실제 AAA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소매 기름값은 3월부터 4월까지는 하락했지만, 어제 기준 휘발유 갤런당 4.374달러, 디젤 5.5달러로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ING는 "주로 낮아진 중고차 가격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음을 보여주겠지만,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가계에는 별다른 위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급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거나 지정학적 긴장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Fed 목표인 2%로의 하락은 매우 느릴 것이고, 내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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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의 엘런 루거 전략가는 CPI 발표가 베어마켓 랠리를 부를 촉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모두가 약세론자(투자자들은 2008년 이후 모두가 이렇게 약세론자였던 적이 없다)이고, S&P500 지수는 (JP모건이 추정한) 공정가치 이하로 떨어졌다면서 베어마켈 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한 월가 관계자는 "시장은 4월 CPI가 시원치는 않아도 정점은 찍을 것으로 예상해왔다"면서 "물가가 더는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게 어느 정도 시장 가격에 반영이 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예상을 위든 아래든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예상보다 높거나, 낮다면 시장이 크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이날 나온 경제 지표도 인플레이션이 쉽게 물러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을 확인했습니다. 4월 전국자영업 연맹(NFIB) 조사를 보면 70%의 기업이 지난 3개월 동안 판매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지난달의 72%보다 낮았지만, 이는 여전히 설문이 실시된 47년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또 46%의 기업은 향후 3개월 동안 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것도 전달 50%에서 감소했지만 사상 6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또 46%는 지난 3개월 동안 근로자 보상을 인상했으며, 27%는 앞으로 추가 인상을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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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워싱턴DC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돈바스 전투로 전쟁이 확실하게 끝날 것이라고 자신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장기화하는 분쟁을 준비 중이라고 본다"라고 증언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대책 관련 연설을 갖고 "인플레이션이 현재 가장 큰 경제적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Fed가 제 역할을 해야 하고 그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책은 별것이 없었습니다. 반독점 단속을 강화하고, 국유지를 임대하고도 셰일오일 채굴을 안 하는 업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한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에 대해선 "논의하고 있다.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모두가 힘든 기간입니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을 전합니다. "주가 변동은 진정한 투자자에겐 단 하나의 중요한 의미만 갖는다. 가격 급락은 현명하게 주식을 매수할 기회이고, 크게 오를 때는 현명하게 팔 기회이다. 그 외에는 주식 시장에 대해 잊어버리는 게 나을 것이다." (Price fluctuations have only one significant meaning for the true investor. They provide him with an opportunity to buy wisely when prices fall sharply and to sell wisely when they advance a great deal. At other times he will do better if he forgets about the stock market....)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