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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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이 올 들어 20조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가운데 주로 고위험 종목에 자산을 베팅하면서다. 인기 종목인 ‘3배 레버리지’ 상품은 올해만 주가가 60~80% 빠졌다.

◆올 들어 13조원 순매수

10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액은 682억달러(약 86조원)다. 작년 12월 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액인 779억달러(약 99조원) 대비 13조원 줄었다.
"올 들어 20兆 손실"…파랗게 질린 서학개미
연초 이후 거래를 고려하면 손실이 20조원에 달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은 104억3000만달러(약 13조2846억원)어치 해외주식을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서학개미의 개별 종목 손실률이 30~7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4조~9조원의 손실을 추가로 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별 종목의 손실은 지수의 3~4배에 달한다. 연초 이후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은 ‘프로셰어즈울트라프로QQQ(TQQQ)’ 상장지수펀드(ETF)다. 올해 2조121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나스닥지수의 3배를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으로, 연초 이후 손실률이 64.3%에 달한다.

◆반도체 레버리지도 베팅

순매수 2~10위 종목도 모두 손실을 내고 있다. 순매수 3위(1조5230억원) ‘디렉시온데일리세미컨덕터불3X셰어스(SOXL)’ ETF의 손실률은 72.6%, 순매수 10위(2878억원) ‘BMO마이크로섹터FANG이노베이션3X레버리지(BULZ)’ 상장지수증권(ETN) 손실률은 80.5%에 이른다.

SOXL은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BULZ는 미국 기술주 15개 기업의 수익률을 3배 추종한다. 지수가 1% 오르면 3%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지수가 1% 내리면 3% 손실을 보는 고위험 상품이다.

순매수 2위인 테슬라도 손실률이 34.4%였다. 서학개미들은 연초 이후 이 종목을 1조760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주가가 43.7% 급락한 엔비디아도 1조425억원(4위)어치 순매수했다. 알파벳(7098억원), 애플(6736억원), 마이크로소프트(5563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美 증시 추가 하락 전망도

개별 성장주는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서다.

서학개미들은 올해 아이온큐(순매수액 2597억원), 로블록스(2307억원), 리비안(1878억원), 쿠팡(659억원) 등 개별 성장주에도 큰돈을 넣었다. 리비안과 쿠팡은 전날에만 각각 20.88%, 22.34% 급락하며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가격제한폭이 없는 미국 증시는 하루에도 수십%씩 폭락하는 종목이 속출한다”며 “미국 주식을 안전자산으로 보고 잘못 투자했다가 하루 만에 계좌가 망가질 수 있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주식시장이 추가로 하락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서학개미의 손실이 더 불어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S&P500지수가 단기적으로 3800, 최악의 경우 346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9일 종가 기준 S&P500지수는 3991.24였다. 지수가 3800까지 떨어지면 TQQQ 투자자들은 10%의 추가 손실을 본다는 의미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