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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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단기간 지나치게 급등했다는 분석이 월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채권 가격이 급락한 현 시점에서 저가 매수를 노릴 만하다는 조언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몇몇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은 지금이 채권을 사들일 적기라고 주장했다. 채권 금리가 정점을 찍고 당분간 조정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금리가 하락한다는 말은 채권 가격이 상승한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분기점에 왔다고 분석했다. BofA의 금리전략가들은 “2분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뒤 내년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완화하면서 채권 금리도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컬럼비아스레드니들의 에드워드 알 후사이니 금리전략가도 “금리가 추가적으로 오를 순 있겠으나 현재 금리 수준도 채권을 사기에 충분히 괜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약세론자들 사이에서도 채권에 대한 과매도가 나타나 매력적인 가격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노무라자산운용에서 39억달러 규모의 채권 펀드를 운용하는 디키 호지스 펀드매니저는 “중앙은행들도 현재 금리 수준에서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장기채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해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2.905%를 기록했다. 연초(1.512%) 이후 1.393%포인트 급등하며 연 3%에 근접했다. 블룸버그 미 장기채 지수는 연초 이후 18% 하락했는데, 이는 1973년(1차 오일쇼크) 이후 최대 낙폭이다.
197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블룸버그 장기채 지수 / 자료=파이낸셜타임스
197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블룸버그 장기채 지수 / 자료=파이낸셜타임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강하게 진행되면서 성장률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단기물과 달리 장기물 금리는 경제 전망에 따라 움직인다. Fed가 단기간에 기준금리를 크게 올릴 경우 경기 둔화가 가속화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매수세가 몰릴 수 있다. 장기채 금리가 낮아지고 가격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채권 금리 하락을 전망하기엔 이른 시기라는 반박도 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이달 초 발표한 미국 10년물 국채 매입 권고안을 철회했다. 다음달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적긴축(QT)이 장기채 금리를 추가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