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사진=한경DB
공정거래위원회. 사진=한경DB
'과징금 부과 소식에 ○○ 주가 하락', '○○ 수천억 과징금에도 주가는 상승'….

주식 투자를 제법 했다면, 이런 기사를 많이 봤을 겁니다.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해도 통상 기업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을 경우 주가는 요동칩니다. 과징금은 상장사 공시 의무나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든가 기업 간 가격 담합을 했다든가 등 잘못을 저지른 데 대한 대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징금 부과 소식이 늘 악재로 인식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의이거나 과실이 무거운 사안은 주가에 바로 반영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오르기도 합니다.

관련 사례로는 셀트리온이 있습니다. 올해 초 셀트리온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를 둘러싼 고의 분식회계 이슈가 재차 불거지자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당일인 1월 14일 셀트리온 주가는 12% 넘게 급락했고 그 뒤로도 꾸준한 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3월 금융위 증선위원회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자 주가는 반등했습니다. 당시 증선위는 3사에 과징금 130억원을 부과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오히려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고의 혐의를 벗으면서 거래 정지 리스크를 모면한 게 최대 호재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과징금 액수가 미미하거나 해당 기업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주자인 경우에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과징금 징계를 받으면서 불확실한 이슈를 해소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주가와 과징금의 관계는 어느 정도 규명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과징금의 영향이 닿는 또 다른 영역이 있다고 주장한 논문이 등장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올 1월 대한경영학회지에 실린 논문 '과징금 부과가 기업투자활동에 미치는 영향' 입니다.

논문은 과징금 부과 규모가 클수록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편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기업 투자활동이란 영업활동에 필요한 자산을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하는데요. 기존 사업 확장이나 신사업 진출 등 미래 수익을 만드는 데 활용되는 만큼 투자자들로선 미래이익을 예측하기 위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논문의 저자인 주현태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 가운데 과징금이 부과된 시점에서의 기업들을 한정해 분석한 결과 과징금이 증가할수록 투자활동도 증가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서술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걸까요. '경쟁력 우위 유지'에 대한 의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게 주 교수의 판단입니다. 주 교수는 "과징금이라는 법적 제재로 인해 불법적인 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시장에서의 뒤처진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업 투자활동을 높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과징금이 늘어날수록 시장에서의 우위 포지션을 지키기 위해 투자활동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투자자들이 논문의 결론을 새로운 기업분석 도구로 활용하길 바랐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이준규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무역학과 박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특히나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중 사회적책임 부문에서 위배되기 때문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영자는 더욱 책임 있는 경영을 해야 하고 투자자들로선 과징금 부과로 인한 기업의 투자행태를 분석함으로써 보다 심층적인 투자 분석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