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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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코스닥 시장을 주름잡았던 바이오 관련주들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로 장기 집권했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차전지 소재기업인 에코프로비엠에 자리를 빼앗겼다. 에코프로비엠은 굳히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한때 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HLB 정도만 남았다.

8일 오전 9시19분 현재 에코프로비엠은 전일 대비 1만1300원(2.63%) 오른 44만1400원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400원(0.64%) 상승한 6만28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각각 10조1167억원과 9조7378억원으로, 격차가 3789억원이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는 격차가 1819억원이었는데, 이날은 더 벌어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뒤 오히려 주가가 상승세라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6일 에코프로비엠은 석달만에 코스닥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하고, 장마감 이후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보통 유상증자는 주가에 악재로 받아들여지지만,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달랐다. 장중에는 상승폭을 6.23%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해외진출을 위한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기에, 향후 성장성이 더 주목받았다.

에코프로비엠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4700억원을 에코프로글로벌에 출자할 예정이다. 에코프로글로벌 산하에는 에코프로유럽과 에코프로아메리카가 세워지고, 이들 계열사는 해외 파트너와 조인트벤처(JV)를 통해 현지 생산 설비 구축에 나선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2026년의 목표 생산능력인 55만톤(t)의 약 59%에 달하는 32만톤의 해외 증설이 본격화되는 첫 의사결정으로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시장이 기대하던 해외 진출 계획이 현실화된 만큼 주가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 흐름은 초라한 수준이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하락 추세가 올해 2월까지 이어진 뒤, 지난달에는 분식회계 혐의를 벗으며 반등을 시도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5600억원 규모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주가 부진은 셀트리온헬스케어 뿐 아니라 바이오섹터 전체의 문제로 번졌다. KRX헬스케어지수의 흐름 역시 작년 초 고점을 형성한 뒤 1년 넘게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호재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개최되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연례학술대회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와 함께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양대 암학회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2년여만에 대면 방식으로 개최되는 대형 학회 일정을 앞뒀지만, KRX헬스케어지수는 이달 들어 전일까지 오히려 3.54% 하락했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IPO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신약개발기업 보로노이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지난달 14~15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공모가가 회사 측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IPO에 나선 바이오기업의 인기가 시들해진 배경은 부진한 수익률이다. 실제 작년부터 최근까지 상장한 바이오기업들 대부분 주가가 하락했다. 공모가가 5만2700원이었던 신약개발 기업 바이젠셀의 전일 종가는 2만7100원이다. 공모주를 받아 지금까지 들고 있으면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외 의료 인공지능 기업 뷰노(-42.14%), 제약기업 HK이노엔(-27.97%) 등도 현재 주가가 공모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