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상장사인 탑코미디어가 국내 대형 웹툰 플랫폼인 탑코, 웹소설 플랫폼인 메타크래프트와 동시에 합병한다. 탑코와 메타크래프트가 상장사인 탑코미디어를 통해 사실상 우회상장하는 것이다. 탑코미디어는 이와 별도로 중국 웹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다. 합병과 자본 확충이 마무리되면 셋톱박스 사업을 정리하고 웹툰과 웹소설을 아우르는 웹콘텐츠 전문 플랫폼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단독]탑코, 삼각합병…1兆 웹콘텐츠 플랫폼 노린다

웹콘텐츠 대표주 탄생하나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탑코미디어, 탑코, 메타크래프트 등 세 회사는 합병을 위한 사전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 3개 회사는 최대주주가 동일인이다. 유정석 탑코 대표가 2014년 탑코를, 지난해 1월 메타크래프트를 각각 설립하고 12월엔 탑코미디어를 인수하며 사실상 한 가족이 됐다. 탑코미디어는 셋톱박스 전문 회사이지만 유 대표가 인수한 이후 일본 웹툰 플랫폼 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탑코미디어는 국내 웹툰 플랫폼 ‘탑툰’과 제작 스튜디오(탑코),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메타크래프트), 일본 웹툰 플랫폼(탑코미디어)을 운영하는 종합 웹콘텐츠 미디어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현재 탑코미디어의 시가총액은 1200억원 수준이다. 탑코 관계자는 “탑코의 기업가치가 6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되고 있고 여기에 메타크래프트까지 합하면 합병 이후 전체 시가총액은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분석대로라면 국내 웹콘텐츠 상장사 중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키다리스튜디오(시총 5299억원)를 제치고 이 부문 대표주로 등극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웹콘텐츠 업체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는 아직 상장 전이다.

탑코미디어는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와 중국판 유튜브 빌리빌리 등 중국 지식재산권(IP) 플랫폼과 투자 유치 협상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는 동시에 자산 총액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탑코미디어가 한국거래소의 우회상장 심사 요건을 피하려면 자산, 자본금, 매출 중 두 개가 피합병 기업보다 높아야 하는데 지금은 자본금 기준만 충족하고 있다.

탑코미디어는 올해 중순까지 투자 유치를 마무리 짓기로 하고 그 이전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바이트댄스, 빌리빌리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기 전에 몸값을 높여둬야 지분 희석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탑코미디어가 탑코로부터 일본 사업부를 양수해 오는 5월 일본 웹툰 플랫폼 출시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랫폼 외형 확대 경쟁 가세

탑코미디어는 이번 합병을 통해 네이버, 카카오로 양분된 글로벌 웹툰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플랫폼 덩치를 키워 웹툰, 웹소설을 기반으로 드라마, 영화 등을 제작하는 ‘IP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것이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IP 비즈니스 시장은 초창기여서 관례가 적립돼 있지 않다 보니 플랫폼 영향력이 큰 쪽이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웹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웹툰, 웹소설 등 IP 선점 경쟁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탑툰은 성인물 분야 1위 플랫폼으로 네이버, 카카오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누적 가입자 수는 2400만 명이다. 100여 명의 탑코 소속 작가들이 작품을 직접 만드는 스튜디오도 운영되고 있다.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는 구조여서 외부 작품을 끌어와 수익을 분배하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탑코의 매출은 658억원, 영업이익은 151억원이었다. 메타크래프트가 운영 중인 노벨피아는 90만 명이 가입했으며, 작가 1만5000명이 활동 중이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