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금속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광산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27일(현지시간) 런던 증시에 상장된 앵글로아메리칸(종목명 AAL)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러시아에 광산이 없는 기업이어서 글로벌 금속 가격 급등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러 팔라듐·다이아몬드 제재…英 광산주 앵글로 웃는다

뛰는 금속 가격 위에 나는 앵글로

올 들어 주가가 약 28% 뛴 앵글로아메리칸은 1917년 설립된 영국의 광산 업체다. 철광석, 구리, 다이아몬드, 니켈, 백열계열금속(PGM) 등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얻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535억달러(약 65조6000억원)로, 발레 BHP 리오틴토 글렌코어와 함께 글로벌 광산업체 ‘빅5’로 꼽히는 거대 기업이다.

배런스는 앵글로아메리칸이 상승하는 금속 가격 수혜를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요나단 가이 애널리스트는 “앵글로아메리칸의 PGM(백금족 원소, Platinum group metals) 금속 생산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PGM 금속에는 팔라듐, 백금 등이 포함된다. ‘차세대 금’이라고도 불리는 팔라듐은 가솔린 차량의 매연을 정화하는 촉매제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원료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팔라듐은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PGM 금속 생산 비중이 특히 높은 기업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34%는 PGM 금속 생산에서 나온다.

미국 등이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을 금지한 것도 앵글로아메리칸에 긍정적이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이아몬드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돼서다.

세계 다이아몬드 공급의 28%를 차지하는 러시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 업체 알로사는 미국과 영국 등의 제재 목록에 올랐다. 앵글로아메리칸은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원석 생산업체인 드비어스의 지분 85%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생산한 다이아몬드의 대부분을 공급한다.

중국 비중은 리스크 요인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노출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앵글로아메리칸은 러시아에 광산을 두고 있지 않다. 상대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중국에도 상하이 본부 외 운영하는 광산이 없다.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 타일러 브로다 애널리스트는 “PGM 금속과 다이아몬드 공급이 서방에 대한 러시아 제재로 제한받고 있다”며 “러시아에 광산이 없는 앵글로아메리칸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매출에서 높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위험 요소로 꼽힌다. 중국의 거시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서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앵글로아메리칸의 연간 매출 중 25.4%는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은 지금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며 강도 높은 방역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어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앵글로아메리칸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팁랭크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의 12개월 목표 주가 평균은 37.87파운드다. 26일 종가인 39.79파운드에 비해 약 4.8% 낮다. 애널리스트 11명 중 5명이 앵글로아메리칸을 매수해야 한다고 봤으며 5명은 중립, 1명은 매도 의견을 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