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보호 제도 중 하나인 황금낙하산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연구개발 자금 유치를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실권주를 모두 떠안은 KB증권이 최대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KB증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올해 주총에서 적대적 M&A로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가 해임될 경우 퇴직금 이외에 대표이사에게 200억원, 사내이사에게 100억원을 퇴직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기존엔 대표이사에 한해 50억원을 지급하면 됐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유상증자 이후 적대적 M&A 가능성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연구개발 자금 유치를 위해 유상증자를 했는데 바이오업종 주가가 하락 국면을 맞으면서 실권주가 대량 발생, KB증권이 총액 인수하면서다. KB증권은 현재 19.21% 지분을 가져 송기영 창업주(4.55%)보다 지분율이 높다. KB증권의 지분을 절반만 인수해도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KB증권이 올해 최대주주가 된 까닭에 정관 변경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주주총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시점에 주주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황금낙하산 조항이 통과되면 KB증권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KB증권의 지분을 인수해 봐야 대표이사조차 변경이 어려운 상황이라 지분 매각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이미 손실 구간이다. 22일 엔지켐생명과학은 2만9300원으로 장을 마감, KB증권이 총액 인수한 주가(3만1800원)보다 7.9%가량 낮은 상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