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의 모니터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 관련 검색결과가 띄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의 모니터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 관련 검색결과가 띄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들어 증시가 요동치고 있지만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는 여전하다. 두달새 코스피지수가 10% 가까이 빠졌다. 그러나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개인투자자들은 대거 시장에 몰리고 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이른바 '빚투' 규모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1조5470억원(코스피 11조4196억원, 코스닥 10조273억원)이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이다. 연초 23조원 수준이던 빚투 규모는 지난달 말 20조원대로 줄었으나 다시 불어나는 추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큰 역할을 했다. 시장이 빠지면서 일부 종목에선 반대매매가 일어났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투자자의 주식을 증권사가 담보로 잡고 있다가 투자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임의로 주식을 시장에 파는 것을 말한다.

올해 들어 주식 반대매매 금액은 매일 94억~313억원 수준이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3일 168억6800만원이었고, 11일은 313억7100만원으로 300억원이 넘었다. 지난달 15일에는 270억2600만원의 반매매매가, 이달 14일에는 255억9500만원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그러다가 코스피지수가 2700선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자 빚투 규모는 다시 늘기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20조7250억원이던 신용거래융자는 이달 7일 21조1054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급증하고 있다. 지수가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와 함께 '싼값'에 주식을 사려는 이들이 대거 시장에 몰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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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개미들이 러브콜을 보낸 종목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1월3일~3월17일) 개인들은 주식시장에서 13조325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조9668억원, 5조5211억원 팔아치웠다.

이 기간 개인은 대형주 중심의 투자전략을 펼쳤다. 개인은 삼성전자를 4조160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종목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말 대비 9% 넘게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현대차(1조1157억원), NAVER(1조876억원), 카카오(1조655억원), 삼성SDI(9493억원), 기아(6101억원), 삼성전기(5627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이 대거 팔아치운 종목은 현대글로비스(6961억원), LG에너지솔루션(5847억원), SK하이닉스(5134억원) 등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27일 상장 첫날 종가 대비 25% 넘게 주가가 빠졌다. 이달 코스피200지수 편입 이후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면서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 등 대외적인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증시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의 예상을 빗겨나갈 때 올해 초와 같이 지수 급락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사이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별개로 중국 '선전 지역 봉쇄'와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가 불거지는 등 다른 대외적인 불안이 덮친 탓이다. 게다가 미 Fed가 기준금리를 추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Fed의 통화정책 결정 키는 인플레이션"이라며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일 수 있는 만큼 Fed는 필요하면 금리 인상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