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 사진=한미약품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이 경영권 분쟁설에 휩싸였다. 차기 경영권을 두고 오너 2세 간의 경영권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회사측은 경영권 분쟁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등 그룹주들의 주가는 들썩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관련 종목들의 거래량이 늘고 주가가 오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은 오는 24일 열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동생인 임주현씨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자리를 자진 사임했다.

그동안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돼 온 장남 임종윤씨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때문에 동생 임주현, 임종훈씨 등 삼남매 간 후계자 자리를 놓고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자인 고 임성기 회장 별세 전까지는 경영승계가 장남인 임종윤씨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09년 가장 먼저 한미약품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부친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서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2010년 인적분할을 단행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자회사인 한미약품을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임종윤씨가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후계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임 회장 별세 이후 모친인 송영숙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고 뒤이어 두 동생까지 한미약품 사장으로 승진했다. 때문에 장남 경영승계가 아닌 남매 간 공동경영 가능성도 제기됐다.

송 회장은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임주현씨와 임종훈씨를 한미약품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삼남매가 모두 사장직에 올라있는 상태다. 이번에 임종윤씨가 지주사 대표직에서 물려나면서 세 남매 모두 가업승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후계자 승계 시험대도 한미약품으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있다.

임종윤씨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해임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종윤씨 최측근은 "아직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한미약품 사업에 실무로 돌아와서 전반적인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을 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부터),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부터),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율만 살펴봐도 삼남매 간 지분율이 큰 차이가 없다. 이달 11일 기준 송 회장의 지분율은 11.65%로 가장 높다. 장남 임종윤씨는 최근 상속세 마련 등을 이유로 일부 지분을 처리하면서 7.88%를, 임주현씨와 임종훈씨가 각각 8.82%, 8.4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주가는 들썩이고 있다. 통상 오너 일가 사이에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주가 상승이 뒤따라온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이날 오후 1시40분 현재 전 거래일 보다 각각 3750원(8.93%), 8500원(3.14%) 오른 4만5750원과 27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지분율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오너 일가는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분율을 끌어모으게 되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또 오너일가 간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그룹 측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란 시각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고, (이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안건과 관련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책임경영 실현을 위해 송영숙 회장 단독 경영 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이슈가 장기화될 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