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의 막이 올랐다. 올해는 많은 기관투자가가 공개적으로 행동주의에 나서고 있는데, 이들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총 전부터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상장사가 늘어난 것도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막 오른 주총시즌…행동주의 행보에 '촉각'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주주제안을 상정해 주총을 여는 상장사는 전날 기준 총 21곳이다. 전년 동기(24곳) 대비 숫자는 다소 줄었다. 다만 올해는 기관투자가가 전면에 나서는 주총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한샘은 2대 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테톤캐피털파트너스가 제안한 감사 및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토비스 역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제안한 정관 개정과 배당 확대 등의 안건을 주총에서 다룬다. 한진칼, 신도리코 등도 기관투자가의 주주제안을 주총에 상정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는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주주행동을 높은 강도로 이어가기가 어렵다”며 “올해는 기관투자가가 나서서 주주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많은 만큼 효율적으로 기업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참여 방식이 다양해진 것도 눈길을 끈다. 에스엠에 감사 선임 주주제안을 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의결권 위임을 진행 중이다. 소액주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과 카드뉴스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은 벌써 수십만 주 단위로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주총 시작 전부터 주주의 요구에 응답한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었다는 점은 이번 주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VIP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아세아시멘트에 이어 올 2월 아세아의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면서 공시를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아세아시멘트는 지난달 말 액면 분할과 배당 증가로 화답했고, 아세아는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