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 급등에 글로벌 정유주 역시 뜀박질 중이다. 반면 국내 유일의 순수 정유사 에쓰오일의 주가 수익률은 이들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정유사들은 원유 생산까지 포괄하기에 유가 상승의 수혜를 크게 입지만, 에쓰오일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급하게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진다.

고유가로 정유주 날아오를 때 에쓰오일만 힘 못쓰는 까닭
10일 에쓰오일은 전 거래일 대비 4.03% 떨어진 8만8200원에 장을 마쳤다. 주요 산유국의 증산 기대에 9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12%나 하락한 탓이다. 다만 올해 내내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에쓰오일 주가도 같이 상승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75달러 선에서 거래됐는데 꾸준히 오르면서 지난 7일 장중엔 130달러 선을 찍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들어 2.92% 올랐다. 이는 글로벌 정유주에 비하면 상승폭이 작은 편이다. 올해 미국 엑슨모빌(종목명 XOM)은 35.3%, 일본 인펙스홀딩스는 33.93% 각각 올랐다.

사업 모델의 차이점이 주가를 갈랐다. 엑슨모빌과 인펙스홀딩스의 경우 유전을 개발해 직접 석유 등을 생산하는 ‘업스트림’ 기업이다. 반면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사들인 뒤 정제해서 파는 ‘다운스트림’ 기업이다.

유가가 오르면 업스트림·다운스트림 기업 모두 갖고 있던 원유의 재고평가이익이 올라 호재다. 그러나 유가의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원유를 수입해서 파는 에쓰오일의 원가 부담이 커져 주가를 압박하게 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 가격이 급등했는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폭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며 “초고유가에 의한 정제마진 위축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교적 보수적인 에쓰오일의 주주환원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2017년 기말배당으로 주당 4700원(보통주 기준)을 줬던 에쓰오일은 2018년 기말배당이 주당 150원으로 급감했고, 2020년 기말배당은 코로나19 여파를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지난해에는 기말배당으로 주당 2800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코로나 이전 수준에 못 미쳐 주주들을 실망시켰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매출 27조4639억원, 영업이익은 2조140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