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사진=뉴스1
현대차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주가가 16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2020년 10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라며 앞다퉈 사자세에 나서고 있지만,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언제쯤 해소될런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0분 기준 현대차는 전 거래일 보다 5000원(2.90%) 내린 16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중 한때 16만5500원까지 떨어지며 일주일 만에 다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차 주가는 올 들어 20.8% 하락했다.

현대차 주가는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 사태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개미)들은 현대차 주식을 8000억원 넘게 쓸어 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던진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 개미들은 이번 주가 급락을 두고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고 있다.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믿음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올 들어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는 현대차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지난 1월3일부터 이달 4일까지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967억원과 341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8491억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선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자율주행차로의 진행속도가 가속화되는 시기에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서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 사태에서 벗어나 생산 정상화를 통한 큰 폭의 이익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봤다.
현대차 EV 콘셉트카 프로페시. /사진=현대차
현대차 EV 콘셉트카 프로페시. /사진=현대차
이달 8곳의 증권사가 현대차에 대한 목표주가를 내놨다. 이들의 목표주가는 최소 27만원부터 최대 31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달 증권사들이 내놓은 평균 목표주가는 28만8750원이다. 현재 주가 대비 74.5%가량 상승여력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부터 반도체 공급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며 하반기로 갈수록 재고 확충에 따른 판매 증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인수 이후 메타모빌리티 등 시너지 효과가 확대되고 있어, 현대차의 미래가치 반영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 정상화까지 3년 이상이 걸려 주가 상승에 걸릴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도 나온다. 당장 매매에 나서는 것이 아닌, 향후 주가 추이를 살펴보며 정상화 과정을 확인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일부 증권사들은 현대차 최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과감한 성장 전략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적극적 목표와 지속 성장 가능성 등을 제시해 현대차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면서도 "주가 상승의 촉매로 작용하기에는 각론 부재가 아쉬운 점"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지난 2일 '2022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전동화 전략 및 재무 목표를 발표했다. 지난해 14만대였던 전기차 연간 판매 목표는 2026년 84만대, 2030년에는 187만대로 제시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30년 7%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전기차 전환에 대한 다짐과 결기가 느껴지는 발표였으나, 공장 증설·전환 스케줄, 베터리 조달 전략, 노조 등 이해관계자 협조를 비롯한 구체적인 단기 계획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